[찾아가는K] 5천만 원 아끼려다 26억 사업 ‘무용지물’
[KBS 광주][앵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찾아가는K' 순서입니다.
광양시가 한때 금을 캐던 '금광굴'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26억 원을 들여 체험 시설을 조성했는데요.
사용하지도 못하고 수년 동안 문을 닫아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 최대 규모의 제철소로 '철강도시'라 불리는 광양.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금을 캐는 금광이 운영됐습니다.
흔치 않은 시설에 옛 이야기를 담고 있어 2016년부터 관광화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금광굴의 문은 현재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보니까 전기시설 누전이 발생해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출입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완공된 광양 금광굴 체험 시설.
금을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AR 장비를 갖췄고 공원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동굴 주변엔 잡초만 무성합니다.
초행길인 관광객은 찾기 어려울 만큼 안내도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하홍태/점동마을 이장 : "주말 됐을 때 못해도 30명에서 차로 왔을 때는 10대 정도 이상이 왔었습니다. 이후에 코로나가 있어가지고 또 개장이 안되고 개장을 늦추는 바람에..."]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전기 시설.
금광굴은 폐쇄된 갱도에서 나오는 물이 계속 흐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동굴 내부는 어두컴컴합니다.
벽이라든가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지금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굴에 매단 전구에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을 정돕니다.
하지만, 내부 전기 시설은 별도의 방수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동굴을 오랫동안 닫아 놓으면서 습기 문제는 더 심해졌고, 사고 예방을 위해 결국 전기를 끊어야 했습니다.
전기를 못 쓰게 되자 체험 시설의 핵심 설비인 AR 장비 사용이 불가능해고 시설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정회기/광양시의원 : "누전이 생길 거라는 것을 예측해서 그 시설이 잘 보완되고 설치됐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 같아요."]
설계 단계에서 왜 방수 처리를 안 했는지 광양시에 물었습니다.
'예산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금광굴 전기 설비 설치에 든 예산은 5천여만 원.
누전을 예방하기 위해 방수 케이블과 플라스틱 연결관 등을 추가하면 2~3배 정도가 더 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6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아끼려고 방수 처리를 제대로 안 한 셈입니다.
[김제욱/한국전기안전공사 전남동부지사 점검부장 : "(갱도 시설에서는) 일정 강도 이상의 절연 전선을 사용해야 하고 전선 상호간은 이격하여 설치하며 내수성 애자(절연 기구)로 이를 지지해야 합니다."]
결국 광양시는 금광굴 전기 시설을 다시 보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습기에 장기간 노출된 AR 체험시설 장비, 관리 안 된 시설들도 점검이 필요해진 상황.
허술한 계획과 성의 없는 사업 추진으로 예산을 허공에 날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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