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목, 예시는 평이…수능선 난도 높일 듯
상대평가서 변별력 확보 위해
심화개념 문제 출제 불가피
고3 학습 부담 더 늘어날 수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6일 올해 중3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을 발표했다. 지금은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하는데, 2028학년도 수능부터 사회탐구·과학탐구 과목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모두 똑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치른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선택과목에 따라 발생하는 점수 유불리를 없애고 융합적인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선택과목별로 내용을 고르게 안배하는지, 난이도 조절에 성공할지가 중요해졌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출제 범위는 고1 때 배우는 통합사회 1·2와 통합과학 1·2다. 고2·고3이 되면 지리, 사회와 문화, 경제, 물리학, 화학 등 과목을 선택해 배우지만 수능에선 고1 때 배운 범위 내에서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예시 문항은 비교적 평이했고, 선택과목 전 영역의 개념을 숙지해야 풀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통합사회 예시문항 중 하나를 보면, 인간 중심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생태 중심주의 사상가 알도 레오폴드를 보기에 익명으로 각각 제시하고 이 사람들이라면 비무장지대(DMZ) 개발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낼지 물었다. 보기의 내용이 어떤 사상가의 주장인지를 구분하고, DMZ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아야 풀 수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고1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않게 출제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사들은 9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선 심화 개념이 들어간 문항이 출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2·고3 학생들이 특정 선택과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학생 진로·적성에 맞게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듣도록 도입된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회교사는 “교육부는 ‘고2·고3 때 굳이 심화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풀 수 있다’는 안심을 주려고 예시문항을 쉽게 낸 것 같다”며 “하지만 상대평가 체제에서 고난도 문제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지리·경제 등 수능에서 어려운 과목을 들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과학교사도 “문제를 보니 통합과학 교과서에 기반해 냈다고 하지만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영역별로 세부적으로 다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3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의 고등학교 사회교사는 “고2·고3 때 일반사회·역사·지리·윤리 관련 선택과목을 배우면 통합사회 문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4가지 영역을 모두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면 통합사회 문항 준비를 위해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과목은 따로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입시업계도 출제 영역이 얼마나 고를지, 난이도 조절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특정 선택과목에 치우쳐 출제되면 (고2·고3 때)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에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특정 과목에 치우치지도 말아야 하고 적정한 난도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하기가 꽤 까다로울 것”이라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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