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둔화 신호 무시해놓고 “감세 때문 아니다”만 되풀이
올 세금 6조4000억 덜 걷혀
기재부 “대외여건 악화 탓”
전문가들 “감세 영향 축소”
세수 결손 대응책은 전무
추경 피하려 돌려막기 꼼수
정부가 26일 올해도 30조원 가까운 세수 펑크가 난다는 재추계 결과를 내놓은 것은 예정된 수순에 가깝다. 경기가 안 좋고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나라 살림이 쪼그라들었는데도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낙관적 세수 전망을 고수한 결과다.
이번 재추계 결과는 지난해보다 올해 세금이 6조4000억원이나 덜 걷힌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예산 대비 세수 결손 규모는 2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56조4000억원)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입 실적은 더 악화했다. 세수 추계가 크게 틀린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경기를 잘못 전망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 및 내수경기 둔화 영향이 예상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국면인데 경제가 좋아진다고 잘못 판단하고 세수를 과대 추계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세수 오차가 감세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지난해와 올해 세수 부족은 감세 정책이 아닌 2022년 이후 급격한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영향이 당초 예측보다 큰 데에 기인한다”며 “세제개편 효과는 세입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어 세수 부족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자 감세’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축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의 추계 수치에 차이가 난다. 정부는 법인세 등 대규모 감세를 추진한 2022년 이후 5년간 감세 정책으로 60조2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지만, 예정처는 73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이 예상됨에도 감세하겠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으니 기재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추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엇박자 정책 기조를 견지하다 보니 정부 전망이 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기업 실적 악화를 확인하고도 그해 12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손을 놓은 것도 세수 오차를 키웠다. 세수 오차가 가장 크게 나는 세목은 법인세로, 올해 예산 대비 14조5000억원이 덜 걷혔다. 법인세의 경우 전년도 기업 실적이 다음해에 반영되는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3분기 기업 실적 악화를 반영하지 않고 지난해 7월 말을 기준으로 짠 법인세수 추계를 유지했다.
기재부는 세수 오차 확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국 세수오차율도 커졌다”며 “우리나라는 높은 무역 의존도 등으로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법인세 등을 추계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한국의 2020~2023년 평균 실적 대비 세수오차율인 12.4%는 다른 주요국보다도 큰 편이라는 점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재부에서 받은 ‘주요국 세수오차율(실적 대비)’ 자료를 보면, 미국·일본·독일·캐나다·영국 등 주요 5개국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3년간 5% 이상 세수 오차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엔 미국(-4.4%), 일본(+3.7%), 독일(-0.6%) 모두 세수 오차가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 한국은 세수 오차 -17.7%로 월등히 크다.
정부 대응도 주먹구구식이다. 기재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를 우회한 임의적인 지방교부금 삭감, ‘기금 돌려막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세입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라는 정공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경우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고, 세수 결손에 따른 지방교부금 불용이 당해 연도에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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