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사고’ 삼성전자…“안전수칙 따르지 않았다”
원안위 “개인 아닌 관리·감독 책임”
내달 과태료 처분…수사 의뢰 검토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 취급 주의사항대로도 관리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건을 조사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설명서나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고, 방사선 발생 장비를 임의로 조작해 수년째 사용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6일 원안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27일 기흥사업장 내 엑스선으로 반도체 웨이퍼에 도포된 화학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엑스선형광분석장치(XRF)’ 1대가 고장났다. 정비 담당 직원 2명이 고장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덮개라 할 수 있는 ‘셔터 베이스’를 열고 내부를 확인했다. 약 14분 뒤 장비 앞 표시등을 통해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작업을 중단했다. 직원 2명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귀가했지만 다음날 신체 일부가 붓자 피폭인 것 같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사측도 이때 피폭 의심을 인지하고 병원 이송 등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이 XRF를 임의로 조작한 데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XRF는 셔터가 열렸을 때 ‘인터록’이라 불리는 안전장치가 작동해 엑스선 방출이 정지되고, 셔터가 닫히면 인터록이 해제돼 엑스선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해당 XRF는 셔터가 열리더라도 인터록이 작동하지 않도록 배선이 변경돼 있었다. 기흥사업장에는 같은 모델의 장비가 8대 있는데, 사건이 발생한 장비를 포함해 3대가 동일하게 배선이 변경돼 있었다. 원안위는 정비 이력은 물론 최근 3년 내 정비 작업을 했던 삼성전자 직원 37명과 XRF 판매사 직원 2명 등을 조사했지만 누가, 언제, 왜 배선을 변경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원안위는 수사 의뢰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사고 인지 직후 설비 정비…조만간 모두 교체”
배선뿐 아니라 경고등도 임의로 교체한 사실도 드러났다. 원안위에 따르면 해당 XRF 상단에는 방사선이 방출되면 불이 켜지는 경고등이 있었지만, 2015년 필라멘트 전구에서 작은 LED 전구로 교체됐다. 이 때문에 피폭자들은 경고등에 불이 켜졌는지 몰랐고, 장비 전면 표시등을 통해 방출 사실을 인지했다.
또 판매사의 사용설명서, 유지·보수 설명서는 물론 XRF 표면에 부착된 ‘안전수칙’도 따르지 않았다고 원안위는 덧붙였다. 안전수칙에는 ‘인터록 임의 해제 금지’ ‘인터록 정상 가동 여부 확인’ ‘설비 개조할 때 방사선안전관리자에게 허락을 얻은 뒤 진행’ 등이 적혀 있었다.
전원을 끄지 않고 정비를 진행한 직원의 과실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원안위는 개인 과실이 아닌 관리 감독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안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 기흥사업장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과태료 액수는 최대 1650만원일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법을 보면 안전 관련 품목을 임의로 해제해 사용한 경우 최대 450만원, 직원이 피폭 선량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허가 대상 장비 관련 교육 부적합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도 적발했다. 원안위는 과태료 약 600만원에 해당하는 이 위반 사항까지 포함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방사선 노출 인지 직후 문제의 설비를 즉시 정비했고 동종 설비는 빠른 시일 안에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며 “안전 관리 시스템도 대폭 강화해 방사선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학·노도현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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