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잔디 관리 안 되면 홈경기 박탈해야”
잔디 관리엔 2억5000만원 ‘소홀’
한국 축구에서 매년 잔디에 대한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선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대세 품종으로 자리 잡았는데, 고온에 취약하다. 게다가 올해는 장마가 끝난 7월 중순부터 9월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기후가 비슷한 일본과 중국의 축구장 잔디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아시아 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참가하는 한·중·일 가운데 한국만 잔디에 문제를 드러냈다. ACLE를 관장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홈경기를 치렀던 울산 HD와 광주FC에 잔디 관리 문제로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
프로축구연맹은 2021년부터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와 컨설팅 계약을 맺어 전 구단 홈경기장에 매년 두 차례씩 현장 조사 및 개별 진단 리포트를 제공한다. 올해 7월부터는 왕산그린과 협약을 맺고 잔디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까지 시작했다.
그러나 1부리그 기준 구단이 직접 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곳은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 하나시티즌, 인천 유나이티드 세 팀뿐이다. 나머지는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이 담당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지난 25일 서울시설공단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그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8월 올린 수익 총 82억550만원에 비하면 매우 적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잔디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데 해결이 안 된다면 채찍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규리그(1~33라운드)에서 잔디 관리에 문제를 드러낸 구단은 파이널 라운드(34~38라운드)에서 홈경기 개최권을 박탈하자는 등의 강수까지 언급되고 있다. K리그 참가를 위해 꼭 필요한 클럽 라이선스에 잔디를 포함시키는 안도 제시된다. 연맹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징계를 내린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몇년간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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