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5천만 원 아끼려다 26억 사업 ‘무용지물’
[KBS 광주] 세계 최대 규모의 제철소가 있는 광양.
지금은 '철강도시'라 불리지만, 과거엔 금맥이 흐르던 땅이었습니다.
1906년 발견돼 70년 가까이 운영된 광양 금광엔 한때 광부 2천 명이 몰릴 정도였습니다.
흔하지 않은 시설에 옛 이야기까지 간직한 광양 금광.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광양시가 이곳에 금광의 역사를 기록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금광굴 체험시설을 조성했습니다.
제가 직접 한번 가보겠습니다.
금광굴의 문은 현재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보니까 전기시설 누전이 발생해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출입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사업비 26억 원을 들여 2020년 완공한 광양 금광굴 체험 시설.
가상현실에서 금을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 즉 AR 장비를 갖췄고, 굴 입구에 공원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동굴 주변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위해 설치한 황금색 공룡 조형물엔 검은 때가 껴 있습니다.
이렇게 금광을 캘 때 사용했던 장비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해 놨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곳도 전혀 관리가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초행길인 관광객이 찾기 어려울 만큼 안내도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하홍태/점동마을 이장 : "주말 됐을 때 못해도 30명에서 차로 왔을 때는 10대 정도 이상이 왔었습니다. 이후에 코로나가 있어가지고 또 개장이 안되고 개장을 늦추는 바람에..."]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전기 시설.
금광굴은 폐쇄된 갱도에서 나오는 물이 계속 흐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굴 바닥과 벽, 천장에는 늘 물방울이 맺혀 있고 내부에도 습기가 가득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동굴 내부는 어두컴컴합니다. 벽이라든가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지금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체험 시설을 위해 매단 전구에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을 정돕니다.
하지만, 내부 전기 시설은 별도의 방수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일반 건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기 시설을 설치해 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동굴을 오랫동안 닫아 놓으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습기와 물기가 처리되지 않아 누전 차단기까지 내려갔고, 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기를 끊어야 했습니다.
전기를 못 쓰게 되자 체험 시설의 핵심 설비인 AR 장비 사용이 불가능해고 시설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정회기/광양시의원 : "누전이 생길 거라는 것을 예측해서 그 시설이 잘 보완되고 설치됐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설치된 시설이 전기시설에 누전이 와서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물이 많이 흐르는 장소에 전기 설비를 설치하며 방수 처리를 하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기 설비 업체 관계자 : "방수 기능이 있는 전등을 선택을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배관 재질도 방수가 되는 재질을 선택해서 하겠죠."]
설계 단계에서 누전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왜 방수 처리를 안 했는지 광양시에 물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한참 동안 답을 받지 못하다, 겨우 "예산 문제"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금광굴 전기 설비 설치에 든 예산은 5천여만 원.
누전을 예방하기 위해 방수 케이블과 플라스틱 연결관 등을 추가하면 2~3배 정도가 더 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6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아끼려고 방수 처리를 제대로 안 한 셈입니다.
사업을 설계한 용역 업체에도 경위를 물었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습니다.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2016년도에 용역을 했더라고요.) 설계 담당하신 분이 자리에 안 계시거든요. 일단은 전달은 해드릴게요."]
동굴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전기가 끊긴 이유에 대해, 광양시는 "매일 문을 열어 환기했다면 누전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환기도 제대로 안 한 사실을 인정한 꼴입니다.
제습기 등을 설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제욱/한국전기안전공사 전남동부지사 점검부장 : "(갱도 시설에서는) 일정 강도 이상의 절연 전선을 사용해야 하고 전선 상호관은 이격하여 설치하여 내수성 애자(절연 기구)로 이를 지지해야 합니다. 꽂음 접속기 역시 방수형으로 시설을 해야 하는 등 조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전기 시설이 방수가 되게끔 해야 된다, 이 말씀이신거죠?) 네. 그렇습니다."]
결국 광양시는 금광굴 전기 시설을 다시 보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습기에 장기간 노출된 AR 체험시설 장비, 관리 안 된 시설들도 점검이 필요해지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금광굴 체험 시설은 추가 보수를 거쳐 2027년에나 정상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년째 지역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을 받고 있는 광양 금광굴입니다.
체험시설이 조성되기 전 사전에 꼼꼼한 계획을 세웠으면 지금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사업 담당자가 바뀌었다, 퇴직했다 등 나몰라라 하는 행정보다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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