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백비 세울 날이 오기를”…양영호 할아버지의 기억

유용두,강재윤 2024. 9. 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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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증언으로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양영호 할아버지는 4·3 당시 아버지가 목포형무소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되면서 평생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양영호/4·3 희생자 유족 : "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서 살다 들어와서 고향에서 살게 됐을 뿐 뭐 별다른 일은 없는 집안이었습니다. 다 농촌 생활이었기 때문에 보리 갈고 조 갈고 고구마 심고. 6살 때 4·3이 발발해서, 제가 1943년생이니까.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찰 눈, 또 산 사람 눈도 (피해서) 그러니까 낮에는 산 쪽으로 올라가고 해가 떨어질 무렵 되면 집으로 내려와서 집에서 숨고 그랬는데 산 사람들이 와서 쌀도 훔쳐 가 버리고 뭐 집에 있는 닭, 돼지, 심지어 소까지 끌고 가서 잡아먹어 버리는 그런 수난을 겪었죠. 4·3 때 (상가리) 희생자가 한 사십여 명 됩니다. 그 당시에 44명인데 피해자들은 산 사람한테 피해 본 사람도 있고, 경찰에 피해 본 사람들이 많죠."]

[양영호/4·3 희생자 유족 : "(1949년에 아버지를) 이웃 사람들이 와서 데려가는가 그런 정도로 알았지, 뭐 경찰이 와서 끌려갔다는 것은 몰랐어요. 성장해 가면서 그 우리 아버지가 목포(형무소)에 갔다는 사실을 그 중간에 알았어요. (아버지 죄명이) 내란 음모 죄입니다. 내란 음모. (목포형무소에 고모가) 오빠 면회를 갔는데, 오빠가 면회하는 도중에 이렇게 앞에 책상을 하나 놓고 양쪽에 앉히더랍니다. "네가 집에 가면 아버지한테 송아지 하나 팔아서 용돈을 쓰도록 해라" 그걸 팔아서 그 돈을 가지고 와서 자기를 빼달라는 겁니다. 집에 와서 할아버지한테 그 말을 전하니까 이제 당장 이거 소를 하나 팔아야겠는데 소 살 사람이 있어야죠. 그 당시에 소 한 마리면 한 700~800평짜리 땅을 하나 샀거든요. 그런 어려운 시기에 소를 사 갈 사람이 없었어요."]

[양영호/4·3 희생자 유족 : "1950년이 돼서 6.25가 발발하니까. 이 수감자들을 처리하라고 하는 그런 정부의 지시를 받아서 전부 바다로 끌고 가서 바다에서 수장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집안에서 그 중추가 됐던 한 사람이 끌려가 버리면 집안이 꼴이 아니죠.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가 버린 후에는 어머니는 제주경찰서가 제주시고 (우리는) 애월면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출입하느라 뭐 밭일도 제대로 못 하고. (해군에) 합격해서 입대할 시기가 한 20여 일쯤 남겼는데 불합격 통보가 오는 거예요. 현역 군인 한 사람이 너희 집에 4·3 때, 연좌제 이렇게는 안 하고 뭐 나쁜 행동을 한 사실이 있느냐 그런 사실 전혀 없습니다 해도 (소용없었어요.)"]

[양영호/4·3 희생자 유족 : "희생자의 넋을 좀 위령하고 그래도 무언가 손톱만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해서 제주도 일원을 제가 안 돌아다닌 마을이 없어요. 애월면에서 돌아다니면서 4·3에 희생된 사람들 나와라, 나와서 같이 동참해서 유족회의 설립을 하자 한 것이 (지금까지 왔어요) 우리 연령대, 또 우리가 알았던 사람들(유족들)이 숫자가 얼마 안 돼요. 그게 아쉬운 거죠. 이제라도 빨리 4·3 해결을 빨리해서 4·3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4·3 정명을 바로잡아서, 지금 백비가 재단에 있어요. 백비를 세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죠."]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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