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미래 이면의 ‘진짜 인도’[책과 삶]
두 개의 인도
아쇼카 모디 지음 | 최준영 옮김
생각의힘 | 632쪽 | 3만2000원
인도에는 ‘타임 파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뜻하는 타임(Time)에 보낸다는 의미의 패스(Pass)의 합성어로 ‘그다지 중요한 일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뭐 해?”라는 질문에 “타임 파스 중”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 단어가 서구 사회에 알려졌을 때 많은 이가 타임 파스를 인도인들의 독특한 삶의 철학쯤으로 이해했다. 도시의 번잡함이나 빠른 속도로부터 벗어나 순간을 즐긴다는, 다소 낭만적인 해석이었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인 아쇼카 모디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타임 파스는 언어적으로 매력적인 단어지만, 그 핵심에는 인도의 열악한 교육과 취약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가장 다루기 힘든 두 가지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복적인 취업 실패에 따른 장기간의 공백기가 타임 파스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인도인의 20%가 빈곤 상태이며 빈곤을 간신히 벗어난 또 다른 40%는 언제든 비참한 삶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가 비판 또는 비관하는 인도의 모습은 타임 파스뿐만이 아니다. 인도계 미국인인 모디는 자신의 조국 인도를 향한 여러 믿음, 즉 ‘G3’ 혹은 ‘넥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깨부수고 ‘진짜 인도’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개의 인도>는 이런 모디의 생각을 담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인도 경제와 민주주의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1947년 독립을 맞이한 때부터 116개 유니콘 기업을 거느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기까지 약 75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풀어놓는다. 63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는 핑크빛으로만 보였던 인도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14억 인구와 빠른 성장, 최첨단 기술이란 장밋빛 미래 이면에는 일자리가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를 방치하고 가속화한 것은 혼란하고 부패한 정치임을 저자는 분명히 한다. 책의 원제는 ‘무너진 인도(Broken India)’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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