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봐도 알 것 같은 세밀한 분석·스케치[낙서일람 樂書一覽]

박송이 기자 2024. 9.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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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호텔 도감
엔도 케이 지음 | 서하나 옮김
윌북 | 1만9800원

“로비에서 이상한 방향을 향해 사진을 찍거나 몰래 벽을 만지며 소재를 확인하고 있으면, 호텔 직원은 분명 수상하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도쿄 호텔 도감>은 건축 디자이너 엔도 케이가 도쿄 근방 22곳의 호텔에 실제로 투숙한 후, 객실을 실측해 스케치하고 각 호텔의 ‘침식주(寢食住)’의 특성을 조사·분석한 에세이다. “수상쩍은 투숙객”이 된 저자는 객실에 묵으며 객실 평면도, 투시도, 자잘한 소품까지 정교하게 스케치했다. 거기에 색벽면 장식의 역사, 타일 선정 이유, 개보수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취재해 책에 담았다. 특히 저자의 스케치는 사진보다 더 생동감 있어 실제 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은 ‘역사가 오래된 호텔’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 호텔’ 등 다양한 주제에 따라 호텔들을 분류해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실측 마니아”라고 하는 저자가 도쿄 하면 떠오르는 ‘캡슐호텔’을 ‘치수를 즐기는 미니멀 호텔’로 분류해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객실이 좁은 호텔에서는 치수의 묘미를 즐길 수 있어 흥미롭다.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유지하면 쾌적한가? 신발을 갈아 신는 위치 등 작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캡슐호텔 ‘나인아워스’는 ‘1h(땀을 씻어낸다)+7h(잔다)+1h(몸단장)’라는 여행객의 기본 행동을 시간으로 치환해 9시간, ‘9h(나인아워스)’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는 캡슐 자체는 1×2m 정도로 극도로 작지만, 전면 유리로 마감된 공동 공간의 개방감으로 넓다는 느낌을 준다고 분석한다.

저자의 세밀한 스케치와 꼼꼼한 분석을 읽다 보면 호텔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어떤 형태인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등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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