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풍향계’ 마이크론 깜짝 실적…AI 훈풍 분다

배문규 기자 2024. 9.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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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8월 매출 작년 대비 93% 급증…“HBM 수요, 공급 앞질러”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론’ 우려 불식…국내 관련주 반등세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맨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업황을 비관하며 최근 ‘반도체 겨울론’을 내놨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올해 6~8월(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77억5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76억6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40억1000만달러)과 비교해서는 9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8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4억3000만달러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내년 초 12단 HBM3E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음 분기 매출은 85억달러에서 최대 8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마이크론은 전망했다. 이 역시 월가의 추정치 83억달러를 훌쩍 넘는 것이다. 또한 마이크론은 HBM 전체 시장이 지난해 40억달러에서 내년 25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4% 넘게 급등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HBM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PC 수요가 둔화하면서 D램 가격도 하락해 반도체 시장이 다시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엔비디아에 납품을 본격화하면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HBM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생산분 모두 매진됐고 가격도 이미 정해졌다”고 밝혔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대량으로 지어지면서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모바일·PC에도 AI 기능이 탑재되면서 관련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AI 경쟁에 나선 빅테크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HBM은 고객사와 물량이나 성능을 조율하는 ‘수주형 생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PC·모바일은 데이터센터 대비 수요는 약한 상황이나 PC 시장은 윈도 10 업그레이드와 AI PC의 전환 초기에 있으며, 모바일은 D램 용량이 확장되면서 (마이크론은) 내년 지속적인 성장을 전망했다”고 전했다.

업황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에 힘입어 26일 국내 반도체주는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10월 초 잠정 실적을, SK하이닉스는 10월 말 실적을 발표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5년 HBM 수요는 마이크론의 전망 대비 추가 상향 여지가 존재한다”면서 “과거 우리가 보아온 메모리 산업의 관성이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반도체 사이클의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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