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폭우·가을장마… 태풍 북상도 더 잦아진다 [날씨+]
태풍 늘어나면 집중호우도 그만큼 늘어
지난 20일부터 주말에 남부지방에 매우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자동차가 물에 잠겨 차 지붕에 올라가 있던 남성의 사진,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가을 폭우’나 ‘가을 장마’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주말 동안 내린 비가 얼마나 많은 양인 걸까요?
9월 한 달 강수량이 500㎜ 이상 내린 해도 과거에 1999년과 2016년뿐이었습니다. 1999년 9월에 598.9㎜, 2016년 9월에 522.7㎜가 기록됐는데, 비가 내린 양상은 올해와 전혀 다릅니다. 먼저 2016년에는 비가 0.1㎜라도 내린 날이 총 13일이었습니다. 강수일 자체가 많아 총 강수량도 늘었습니다.
지난 21일 시간당 최다강수량은 104.9㎜로 매우 강한 비가 내렸는데 2016년 9월에는 가장 비가 많이 내린 날인 2일, 147.5㎜가 내릴 때 1시간 최다강수량이 22.4㎜에 그쳤습니다.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다음 날인 3일 48.1㎜로 집계됐습니다.
지난주 후반 기압계를 돌이켜보면,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중국으로 갔다가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우리나라로 방향을 틀며 많은 수증기를 끌고 왔습니다. 안 그래도 태풍 열기가 쌓였던 이때, 북쪽에서는 ‘때마침’ 찬 공기가 내려오며 수증기가 많은 비로 바뀌어 내린 건데요.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인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일반적으로 강수량과 기후변화를 연결할 때와 지난 주말 강수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며 “태풍이 북상하며 이미 열기를 한반도 근처로 가져왔고, 열대저압부로 변질돼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많은 수증기를 다시 가져온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때문이라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가을철 이렇게 큰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손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며 “태풍의 직접적 영향에 의한 집중호우가 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후 중위도까지 올라오는 태풍이 늘다보면 지난 비처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온대저기압화 과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태풍이 늘다보면 지난 주말처럼 태풍의 직·간접 영향을 받을 확률도 증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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