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대통령 윤석열을 증인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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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언론이 대선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 보도했을 때, 과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다투는 역사적인 재판이 되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이번 재판을 '뉴스타파 대 윤석열 사건'이라 부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1부, 허경무 재판장)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요지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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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언론이 대선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 보도했을 때, 과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다투는 역사적인 재판이 되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이번 재판을 '뉴스타파 대 윤석열 사건'이라 부르기로 했다.
첫 재판에서 뉴스타파 측 피고인(김용진 대표, 한상진 기자)은 명예훼손 피해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는 첫 공판에서 벌어진 진풍경을 전하고, 앞서 검찰이 기자들을 상대로 벌인 불법적인 압수수색 사실도 고발한다.
준비부터 첫 공판까지 4회 연속 판사에게 혼난 검찰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1부, 허경무 재판장)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요지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열린 세 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허 재판장은 "공소장에 윤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 많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낱낱이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결국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렇게 세 번의 준비 기일이 끝나고 드디어 본 재판이 시작됐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요약한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판사는 도저히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재판 시작 18분 만에 재판을 중단했다. 검사가 사건 피고인의 전과를 굳이 낭독할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낭독한 것 등은 결국 방청석에 있는 기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냐면서, 잠시 휴정을 결정했다. 우리 법정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휴정이 끝난 뒤,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을 포기해야만 했다. 쉬는 시간에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살펴본 허 재판장이 발표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피해자 윤석열'을 첫 증인으로 신청
뉴스타파 측 피고인들은 첫 공판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인 신청서에는 ▲ 명예훼손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로, 대통령이 직접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될 수 없단 점 ▲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로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 등이 신청 이유로 적혔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피해자 윤석열’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처벌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식의 비약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만약 재판 도중에 윤 대통령이 처벌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히면, 재판은 그 즉시 '공소 기각'으로 끝난다. 10여 명의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대대적인 언론인 압수수색과 수만 명 통신 조회까지 감행한 검찰이 한순간에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검찰 공소장 뒤집는 새로운 쟁점 나왔다
검찰은 수사 초반에는 대출 브로커 조우형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 의 수사 대상은 부산저축은행이 불법적으로 운영한 차명 SPC(특수목적법인, 주로 부동산 시행사)들로 한정됐단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2023년 10월 6일에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 75번은 조우형 회사였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검 중수부가 공개한 수사 대상 리스트의 75번 '더뮤지엄양지'가 바로 조우형이 운영한 차명 SPC였다는 점을 밝히자, 검찰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 관계자들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재판에서 뉴스타파 측 신인수 변호사는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의 임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2023년 10월 16일자 뉴스타파 기사 <부산저축은행 협력자들 줄줄이 처벌...조우형은 왜 빠졌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 변호사의 브리핑을 귀 기울여 듣던 허경무 재판장은 "지금 뉴스타파 측에서 발표하신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들과도 상당히 배치가 된다. 앞으로 재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쟁점이 된 것이다.
검찰, '기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사실상 탈취
뉴스타파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기자들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불법적으로 파악한 사실을 폭로했다. 한상진 기자를 비롯한 3명의 기자들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관이 내 휴대전화 잠금 해제 패턴을 몰래 훔쳐봤다"고 증언했다. 피압수자의 동의 없이 사실상 비밀번호를 탈취한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2 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진술거부권)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기술적인 방법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할 수는 있지만, 비밀번호 제공을 강요하거나 탈취해선 안 되는 것이다.
원칙 무시하고 휴대전화 원본 압수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영장에 명시된 전자정보만을 압수해야 하지만,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전자기기 원본을 통째로 가져가고 있는 실태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기자들은 모두 휴대전화 자체를 통째로 빼앗겼다.
압수한 휴대전화를 돌려준 시점도 제각각이었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열흘 안에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자들이 검찰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데는 평균 94일이 걸렸다. 또 검찰이 운용하는 디지털 수사정보시스템 디넷(D-net)의 존재가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기자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압수한 뒤,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않고 통째로 디넷에 저장했다가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검찰이 1년 간의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를 통해 밝힌 것은 기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검찰은 그들이 오랫동안 죄의식 없이 해왔던 불법 압수수색의 행태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재판은 이제 시작됐다. '뉴스타파 대 윤석열'의 법정 공방은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될 것이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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