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14분 노출, 아무도 몰랐다…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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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34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정비 작업자 2명이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전원을 켠 채로 방사선 차폐체(셔터베이스)를 열고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자들은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전면 표시등을 통해 방사선 방출을 뒤늦게 확인하고 작업을 중단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그대로 퇴근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방사선 발생 장치의 경고등을 전구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임의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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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고등 전구서 LED로 임의 교체
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34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정비 작업자 2명이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전원을 켠 채로 방사선 차폐체(셔터베이스)를 열고 작업에 들어갔다. 전원을 끄지 않아도 셔터베이스의 인터락(안전 장치)이 작동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터락이 작동히지 않아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었지만,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업자들은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전면 표시등을 통해 방사선 방출을 뒤늦게 확인하고 작업을 중단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그대로 퇴근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방사선이 외부로 방출된 시간은 14분에 달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는 총체적인 부실의 결과물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열린 제201회 회의에서 발표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피폭사건 조사결과 및 조치계획’을 보면 글로벌 기업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이 여럿 보였다. 이날 이승숙 원안위원은 “영세한 기업에서나 일어나는 사고가 삼성전자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다른 사건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높은 선량의 방사선에 노출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락은 안전장치를 제어하는 장치다. 방사선 발생 장치는 반도체 웨이퍼에 입힌 화학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용도로 쓰인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차폐체가 닫히면 엑스선이 방출되고, 열리면 인터락이 작동해 전원이 켜졌어도 엑스선이 방출되지 않는다.
사고는 인터락을 제어하는 배선이 임의로 변경돼 방사선 방출을 멈추지 못하면서 일어났다. 삼성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넉 달이 되도록 배선 오류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사선에 노출된 작업자는 꼬박 하루가 지나 병원을 찾았다. 작업자는 작업 이튿날인 28일 몸이 붓는 부종을 느끼고 피폭 의심 사실을 상급자에게 알렸고, 그날 오후 4시 20분에야 사내병원을 방문했다. 이후 오후 5시 30분에 아주대병원을 거쳐 오후 7시 44분에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이송됐다. 피폭 의심 상황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통보된 때는 그날 오후 5시 47분이다. 원자력의학원은 29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피폭자 진료 사실을 보고했다.
원안위는 삼성전자와 원자력의학원의 보고 시점이 늦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피폭 의심 사실을 확인한 직후 즉시 구두보고가 이뤄졌으며, 공식 보고는 피폭 사실을 확인한 이후 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피폭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작업을 중단하기까지 14분이 걸린 이유는 경고등을 임의로 교체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방사선 발생 장치의 경고등을 전구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임의 교체했다. LED는 전구보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자들의 피폭량은 안전 기준인 선량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혈액과 염색체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상이 비교적 약한 피해자 1명은 건강을 일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1명은 여전히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건 당시 현장인 기흥사업장 6-1라인 3층 34베이에 있었던 일반작업자 12명도 6월 20일 건강검잔을 받았고, 7월 10일 정상 판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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