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평범한 공무원이 펴낸 자서전 外
# 평범한 공무원이 펴낸 자서전
- 언덕 저 편에 서서 세상을 향해/조용삼 지음/도서출판 동창/2만5000원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고 싶었던 한 공무원의 스토리’. 제목만큼이나 눈길이 가는 부제이다. 부산지방병무청 운영지원과장 등 평생 공직에서 살아온 조용삼 씨의 자서전이다.
저자는 범부가 자서전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러워 여러 차례 망설였다. 하지만 “젊음을 몽땅 보낸 공직 생활에 나름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이를 남기고 싶고 나 같은 사람도 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5년 이상 집필, 수년 전에 초벌을 끝내고, 30회 이상 읽으면서 퇴고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이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 소학교 학생 눈으로 본 창씨개명
- 내 이름은 이강산/신현수 글/이준선 그림/스푼북/1만4000원
‘창씨개명’이라는 일본의 만행을 소학교 4학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 1940년 봄, 달래골에도 그 폭풍이 휘몰아쳤다. 당시 조선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어른은 전쟁터로 끌려가거나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하는 등 탄압받았고, 아이들마저 선생님에게 손찌검당하거나 학교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엄혹한 일제 강점기, 강산이는 이름을 바꾸지 않으려는 민중과 이를 탄압하는 일제 사이에서 무엇이 부끄럽지 않은 행동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말 우리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준다.
# 각자가 지닌 최선의 힘… 박철 詩
- 대지의 있는 힘/박철 시집/문학동네/1만2000원
1987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력 서른일곱 해째를 맞은 박철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시집의 문을 여는 시는 ‘있는 힘’이다. “대형 쇼핑센터에 어둠이 밀려오고/ 한 사람이 무언가를 밀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하여/ 한 줄에 스무 개, 열다섯 줄을/ 어둠을 등에 지고 밀고 있었다/ 가득한 물건 가득한 사람/ 가득한 지구를 위하여/ 빈 수레를 밀고 있었다” 시인은 각자가 지닌 ‘최선의 힘’을 다해 이 땅에 발붙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을 향해 치열한 응원을 보내고, 우리 사회가 그러한 이들로 이루어진 “대지”가 되기를 희망한다.
# 톱배우들이 찾아가는 연기 스승
- 배우라는 세계/신용욱 지음/부키/1만7000원
배우 지망생들은 ‘이 사람’의 연기 수업을 꼭 한번 듣고 싶어 하고, 연기라면 더 배울 게 없을 것 같은 경력 배우들도 대본을 들고 ‘이 사람’을 찾아간다. 대중에게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용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스승 신용욱이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쌓아 올린 사유의 조각을 모아 쓴 첫 에세이. 저자는 “이 책은 잘 정리된 연기 교재가 아니라, 연기를 하고 또 가르치며 겪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써 내려간 연기를 대하는 태도,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 어른들 울리는 로맨스 그림책
- 여전히 나는/다비드 칼리 글/모니카 바렌고 그림/정림·하나 옮김/오후의소묘/1만8000원
본격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인생은 지금’으로 매일 무언가 유예하며 사는 사람들을 위로했던 다비드 칼리가 이번에도 어른의 마음을 울릴 그림책을 내놓았다. 사랑에 관한 여러 작업을 함께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모니카 바렌고와 완성한 로맨틱한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듯 말을 건넨다. 나는 여전히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고, 같이 걷고 싶다고. 단지 과거의 회상으로 그치지 않고, 서로 사랑했던 순간과 그 시절이 남긴 소중한 것이 어떻게 현재의 삶을 이루고 있는지 그려냈다.
# 오해 쌓인 두 모녀, 소통이 해답
-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이옥수 장편소설/특별한서재/1만4800원
“보고 싶어요. 뭐 해요? 언제 봐.” “그만 자. 안녕. 내일.” 이혼 가정의 ‘송이’가 엄마 휴대폰에서 수상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딱 봐도‘ 북극곰’이란 인간이 엄마에게 들이대고 엄마는 은근슬쩍 어장 관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북극곰에게 엄마를 빼앗기는 게 싫은 송이와 홀로 송이를 키우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엄마. 다른 입장에 선 두 사람 사이 오해와 다툼, 이해와 화해를 통해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
# 한 개인의 구술로 탄생한 현대사
-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이동해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
“독립운동가 혹은 구국 영웅처럼 거대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 말고,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현대사를 전공하는 1990년대생 역사학도 손자 이동해가 1930년대생 외할아버지 허홍무의 ‘이야기’를 축으로, 묵은 사료에서 뒤져낸 ‘역사’를 더해 흥미롭고 생생한 ‘구술사 이상의 역사’를 그려냈다. 전시동원체제,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한국전쟁과 ‘인공치하’ 같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흐름 틈새에서 이름 없는 민초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피부에 와닿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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