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의 품격과 복합리조트
물류와 금융 글로벌허브 퇴색, 재개발 밑그림 고민해야 할 때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인과 바다’가 부산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고, 작년 출산율은 0.66명으로 바닥을 모르고 감소 중인데, 노년층 증가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매년 약 1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부산 북항 1단계 사업의 정중앙에 위치한 랜드마크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 콘텐츠가 정해지지 않은 랜드마크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여 부산 발전을 견인하자는 것이다. 복합리조트 건설은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검토되었다가 내국인 입장을 허가하는 ‘오픈 카지노’ 문제로 사행성 조장 논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다른 점은 카지노에 대한 언급은 없고 ‘리조트’를 강조하며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합리조트 건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
먼저, 복합리조트 건설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2018년 당시 복합리조트 찬성을 주장한 측은 1만 6000여 명의 고용효과와 23조 51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추계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추계치를 참고는 하되 의사결정의 절대적인 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거가대교와 같이 엄청난 경영 적자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민자유치 사업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자유치 사업의 시행 단계에서 적자를 예측하는 모델은 거의 없다. 북항 재개발에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수치에 근거한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부산에 청년인구가 유입되고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는 건강한 고용이 지속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둘째, 복합리조트를 주장하는 측은 카지노 수익을 활용해 호텔 컨벤션센터 공연장 등 카지노 외의 시설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그 주장대로라면 복합리조트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카지노이다. 카지노 수익으로 부대 시설을 갖추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될 사업자로서는 결국 오픈 카지노를 주장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셋째, 복합리조트가 들어선 인천 영종도와 일본 오사카의 예를 들어 부산도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간에 대한 숙고가 빠져있다. 영종도 복합리조트는 그 규모가 46만㎡에 달한다. 오사카도 도심에서 떨어진 인공섬 유메시마에 건설할 계획이다. 두 곳 모두 도심으로부터 40분 이상 승용차로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북항은 다르다. 면적은 11만 3316㎡에 불과하고, 부산역을 바로 앞에 두고, 국제항을 옆에 두고 있다. 부산의 관문이자 심장부나 다름없다. 아무리 부산이 소멸해 가는 도시라 하더라도 안마당에 복합리조트가 건설되고, 그 리조트가 카지노 중심으로 운영되어 부산의 품격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넷째,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특별법안)과의 관계이다. 특별법안은 ‘부산광역시를 물류, 금융 및 디지털·첨단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허브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조성 및 특례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을 목적’(안 제1조)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안에서 말하고 있는 물류 금융 디지털 등 첨단산업 분야와의 유기적 관계에서 북항 개발을 설계해야 한다. 특별법안의 입법취지를 살려 부산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되는 산업을 어떻게 북항과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지니고, 우리 근대사를 함께한 역사적 문화적 공간인 북항과 복합리조트는 어울리지 않는다. 뉴욕의 중심부에는 ‘센터럴 파크’가 있어 뉴욕은 세계 제일의 경제도시로서의 자부심과 품격을 가지고 세계인을 불러들인다. 후쿠오카의 관문인 모모치에는 돔 야구장, 후쿠오카 타워와 함께 초대형 시민도서관이 있다. 휴일이면 시민이 이곳에서 책도 읽고, 영화와 스포츠를 관람하며 후쿠오카 시민으로서의 품격을 누린다. 도시에도 품격이 있다.
북항에 과연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부산시가 특별법안에서 추구하는 물류 금융, 그리고 신산업 중심지로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북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부산 시민의 수준은 높다. 이기대 개발을 저지한 것도,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중지시킨 것도 시민이다. 대중은 우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를 넘어 ‘노인과 리조트’로 대변되는 도시가 되길 원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노인과 리조트’만으로는 도시는 지속되지 않는다. 부산의 미래와 건설에 관한 가이드는 글로벌허브 특별법안에 잘 나타나 있다. 교과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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