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독대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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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기념사업회격인 '운정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그런데 87세 노구로 오랜 만에 국회를 방문하는 JP를 두고 엉뚱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독대는 잘만 하면 유용한 소통법이지만 자칫 밀실 정치 수단이라는 오해를 낳는다.
발단은 지난 24일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며칠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먼저 공개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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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기념사업회격인 ‘운정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그런데 87세 노구로 오랜 만에 국회를 방문하는 JP를 두고 엉뚱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내로라하는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서로 휠체어를 밀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승합차에서 내린 JP의 휠체어 손잡이를 쟁취한 사람은 고 이완구 전 총리였다. 5공 말과 6공 초기 부산의 모 국회의원은 사진 찍히기 신공(?)으로 유명했다. 실세 정치인이 사진기자 앵글에 잡히면 어느새 그 옆에 서 있는 것이다. “신문을 보고서야 그 의원이 내 옆에 있는 줄 알았다”는 정치거물의 말이 회자됐다.
정치인들의 힘은 왕왕 실세 권력자와 거리에 비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JP 휠체어 밀기’나 ‘사진 끼어 들기’는 유력자와 친분을 과시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은 욕망의 발로다. 거리 좁히기의 최정점이 독대(獨對)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만남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쿠라 논쟁’이 벌어졌다.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언론에 흘려 번번이 진실 공방이 벌어진 탓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반드시 배석자를 둔다는 원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재벌 총수를 독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독대는 잘만 하면 유용한 소통법이지만 자칫 밀실 정치 수단이라는 오해를 낳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4일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며칠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먼저 공개되면서다.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만찬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다. 한 대표가 독대를 재차 요청했다는 사실이 또다시 언론에 보도되자 대통령실 기류는 더 냉랭해졌다. 한 대표는 만찬 당일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고 만찬 이후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독대 불발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의료 대란’ ‘채상병 특검법’ 등 예상 논의 주제가 매우 민감해서다. 두 사람은 검찰에서 호흡을 맞출 때와 달리 이제는 마주 앉지도 않는다.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화 내용이 뜻하지 않게, 혹은 사실과 다르게 유출되기라도 하면 어느 한쪽은 큰 타격을 입는다. 왼쪽과 오른쪽 값이 같아야 하는 방정식처럼 독대도 양측의 신뢰도와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이뤄진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간에 균형이 맞춰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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