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부마항쟁문학상 심사평
★소설 부문
- 생소했던 ‘국민방위병’ 정면으로 다룬 시대고발
미출간 원고 형태의 단편·중편·장편소설 및 책자로 발간된 소설집, 장편소설 등 다양한 유형이 응모됐다. 각 심사위원이 검토 대상으로 추천한 작품은 장편 ‘돌아오지 않는 강’ ‘관 속에 누워 걷다’, 단편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작품집 ‘유대인 극장’ 등이다. 단편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경우 사건과 맞닥뜨리는 인물의 위치와 내용 전개의 방향이 호응하는 양상이 눈길을 끌었다. 자기 방식으로 글을 풀어낼 역량이 증명되었으나, 다른 검토작인 장편들의 묵직하고 진중한 주제의식이 부마문학상 정신을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부마항쟁문학상에서 장편과 단편은 분야를 나누어서 공모할 필요가 있겠다. 끝까지 치열하게 검토한 작품이 ‘유대인 극장’과 ‘관 속에 누워 걷다’였다. ‘유대인 극장’은 완성도가 압도적이며, 인권 등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식도 세련되고 다채롭다. 국민방위병 사건을 다룬 ‘관 속에 누워 걷다’는 몇몇 장면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으며, 충실한 시대 복원에 근거한 사태 파악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일진일퇴 논의를 벌였고, 결국 당선작을 ‘관 속에 누워 걷다’로 선정했다.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렀던 국민방위병 사건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소재 확장성에 기여했다. 심사위원 고명철 홍기돈 황국명
★시·시조 부문
- 자유 정의 민주 인권…부마항쟁과 맞닿은 詩
시·시조 부문에는 27명이 응모했다. 두 명의 심사위원은 각자 응모된 작품을 검토하고 1차로 여섯 권의 작품집과 다섯 명의 원고를 논의 대상으로 선별했다. 9월 20일 심사에서는 이들 11건을 두고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은 ‘부마항쟁’의 정신, 즉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등의 가치와 작품성 가운데 어느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부마 항쟁’의 정신을 배제하고 작품의 수월성만으로 수상작을 결정하는 것은 이 상의 취지에 반(反)한다는 결론에 합의했으며, 이 기준에 따라 최종 세 건을 후보작으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세 건은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시인의 일요일, 2023), ‘파리올림픽’ 외 9편, ‘공중은 누구의 것인가’ 외 9편이었다.
수십 편 작품이 수록된 시집과 열 편의 작품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고민했으나 일단 동일한 기준으로 접수된 작품이니만큼 부마 항쟁의 정신에 맞닿는 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자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었다. 논의 끝에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안정감은 물론이고 인상적인 면도 있다고 판단하여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윤지영 고봉준
★ 기록문학 부문
- 일상과 결부된 군부독재…역사적 죄책감 담담히 기록
기록문학 부문 응모작은 세 편에 불과했다. 최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글쓰기가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역사와 일상에 대한 크고 작은 관심사를 자신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글쓰기 욕망이 응모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수상작 ‘세상에 없는 사람’이 거둔 기록문학으로서 성취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작중 인물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그 세대의 일상을 찬찬히 톺아보되, 그 일상이 1970·80년대의 군부독재와 어떻게 결부되는지, 특히 아버지의 ‘역사적 죄책감’ 안팎을 담담히 기록한다. 표제작 ‘세상에 없는 사람’이 단적으로 말해주듯, 아버지는 군복무 기간 중 80년 광주에서 자신이 만든 박달나무 방망이(충정봉)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참히 진압하는 데 한몫을 했고, 그러한 군의 명령에 속수무책이었던 자괴감과 자기부정을 향한 ‘역사적 죄책감’의 삶을 살고 있음을 아들 시선에서 기록한다. 그래서일까. “이 글은 곧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짐이자 충정봉을 만들어 계엄군 손에 쥐여 준 가해자의 자식으로서 광주와 오월 영령들께 드리는 속죄다”는 필자의 고백이 먹먹하다. “소시민의 일상이 어떻게 역사로 편입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필자의 진정성이 만만찮은 글쓰기의 역량으로 뒷받침됨을 높이 평가한다. 심사위원 고명철 홍기돈 황국명
★아동문학 부문
- 경쾌하게 푼 성 소수자 문제…학생 주체성 강조한 작품도
올해 부마항쟁 문학상 아동문학 부문에서는 최종 심의 작품으로 5편이 대상이 되었다.
단편으로 ‘우리는 바위다’ ‘수만이의 그림공책’, 장편으로 ‘레인보우 내 인생’ ‘꿈을 걷는 소녀’, 동시집 ‘전달의 기술’, 4·19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성수대교 붕괴로 인한 사회적 참사 피해의 2차 가해에 대한 문제의식 등 다양한 소재와 더불어 사회적 문제의식에 천착하려는 창작의도가 잘 나타났다.
그중 ‘레인보우 내 인생’을 수상작으로 흔쾌히 뽑을 수 있었다. 다의성이 요구되는 우리 현대 아동문학에서 이 작품은 우리 사회 성 소수자 문제를 내밀한 심리묘사와 경쾌한 화법으로 풀어낸다. 차별 반대와 나다움에 대한 작가의 현대적 문제의식은 서사의 진정성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한편, 단편 ‘우리는 바위다’를 신인문학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먹고살기 바쁜 학부모들 사정과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 사정을 아이들 눈높이로 그려낸다. 학교 살리기 공청회에 뜻밖의 상황으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게 되는 전개도 좋다. 어린이의 주체 의식이 잘 나타나 민주·주인의식 함양이라는 공모 취지에도 잘 부합된다. 도전정신이 강한 이 작품을 미등단 신인 작품 가운데 한 편 뽑는 신인상으로 올린다. 심사위원 원종찬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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