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이번엔 심상찮다? 결론 어떻든 與엔 또 ‘부담’
국힘 8명 이상 이탈 여부 관건…김 여사 문제 ‘임계치’ 목소리도
“이탈표 미미할 것” vs “무기명, 장담 못 해”…여론 불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또 다시 '거부권-재표결' 정국이다.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각종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국회에서의 재표결이 10월까지 반복될 예정이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건 9월19일 여당의 '보이콧' 속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의 운명이다. 지지율 하락세 속 김 여사 관련 논란이 날로 쌓여가는 상황에서, 재표결을 앞둔 여당 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30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추석 연휴 전 야권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될 경우 곧장 재가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10월4일까지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들은 또 다시 국회 표결을 거치게 된다. 재표결의 경우 본회의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당론'으로 법안에 반대하며 본회의 '보이콧'에 나섰던 국민의힘 내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만 법안들이 최종 통과될 수 있는 것이다.
"용산발 리스크에 당 부글부글…표에 반영될 수도"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재표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1대 국회였던 지난해 12월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곧장 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 2월29일 재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업데이트된 의혹들은 물론, 최근엔 공천개입 의혹까지 포함시켜 한층 '보강된' 특검법을 내놓았다.
여당 내부에선 이번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결과에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여전히 유의미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앞선 재표결 때와 김 여사 문제를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계속 추가‧누적되고 있어 서서히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여사와 관련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흐름들이 여당의 표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기소'를 권고했다. 직무관련성이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 6일 김 여사 혐의와 관련해 수심위에서 검찰 쪽 논리를 받아들여 '불기소'를 권고했던 것과도 상반된 결론이다.
여기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정치브로커 명태균씨 등과 관련한 김 여사의 과거 공천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가 사건의 공범 중 한 명과 수억원대 다른 투자에 대해 주고받은 문자 등 치명적인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도 더욱 강해진 상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9월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를 실시해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로 '특검법에 반대한다'(2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상찮은 당정 동반 지지율 하락세와 '윤-한 갈등'도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4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과정에서 당정 간 분열의 틈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당내에선 용산과 조속히 '디커플링'(분리)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무기명'으로 이뤄질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로선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진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김 여사‧의정갈등 등 용산발(發) 리스크로 자꾸 당 지지율까지 떨어지고 있어 당내 부글부끌 끓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러한 의원들의 속내가 무기명 '표심'에 실릴 가능성도 간과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으로선 특검법 재표결 결과, 가결이 나오든 부결이 나오든 정치적 부담과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당정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한 대표를 향한 친윤(親윤석열)계의 '흔들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 혹 여당이 결집해 특검법 통과를 막아낼 경우, 압도적인 '특검법 찬성 여론'과 맞서게 된다는 점에서 당장 10‧16 재보궐 선거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야당으로선 어떤 결론이 나오든 '꽃놀이패'란 평가다. 여당의 반대로 법안이 다시 폐기돼도 압도적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언제든 재추진할 수 있고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부담감이 크지 않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범죄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거부권을 행사를 포기하고 국회 입법권과 민심을 존중하여 김건희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며 "죄를 짓지 않았다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하지 말라"고 거듭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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