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둘 돈 계산 못해 정작 써야할 때 못 써…세수 펑크에 경기 ‘비상’
대규모 세수 결손 가능성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향후 경기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질 전망이다. 줄어든 세수 탓에 정부가 쓰기로 한 사업 예산을 쓰지 못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측 실패와 그에 따른 예산 편성이 4개월 연속 소비가 감소할 정도로 심화하는 내수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응 수단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토지나 건물 등 정부가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부족 재원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먹구구 재정 운용에 경기 찬물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올해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는 337조7천억원이다. 본예산상 국세수입 예산 367조3천억원에서 29조6천억원이 부족하다. 본예산 대비 세수오차의 비율을 뜻하는 추계 오차율은 8.1%다. 세수결손으로 인한 추계 오차율 가운데 지난해(14.1%)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세입 전망 오차는 재정 운용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마른 수건을 쥐어짠 짠물 예산마저도 계획대로 지출하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2.8%(총지출 기준) 늘어난 규모로 역대급 긴축 예산이라고 평가받은 바 있다. 30조원 규모 세수결손까지 더해지면 정부 지출 규모는 여기서 더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관훈토론에서 “내수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지만, 정작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정 운용의 방향성은 부총리 말과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30조원은 연간 국내총생산(명목 기준·지난해 2401조2천억원)의 1%를 넘어서는 매우 큰 규모”라며 “결손 규모에 맞춰 지출을 줄일 경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세수 모자라도 추경은 불가”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세수결손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수결손은 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와 같은 대내외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으로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 탓에 현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재부는 대신 “기금 등 정부의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 등도 고려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전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재추계가 끝났으니 이제 기금 등 가용 재원을 체크해봐야 한다”며 “인위적 불용(강제불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결국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원(지방교부세)과 교육청 재원(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포함해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하자, 교부세와 교부금을 합쳐 18조6천억원을 미지급한 바 있다. 민생 예산으로 주로 활용되는 지자체의 돈줄이 막힌 셈이다.
그나마 정부는 지난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9조9천억원을 끌어와 지출 재원으로 활용했는데, 이번엔 외평기금 동원도 “현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최 부총리)는 입장이다. 추경 편성도, 외평기금 동원도 않는다면 예산의 불용 처리나 국유재산 매각 외에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미 정부는 올해들어 7월까지 국유 재산을 팔아 약 9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내년 전망도 불안
대규모 세수결손이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56조원, 올해 30조원의 대규모 전망 실패에도, 앞서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세입 예산안(382조4천억원)은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30조원 세수결손을 반영한 재추계 국세수입과 비교하면 13.2% 증가하는 규모다.
우석진 교수는 “통상적인 세입 증가폭을 넘어서기 때문에, 내년에도 세수결손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며 “결국 지난해부터 내리 3년에 걸쳐 재정이 경기 대응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박수지 안태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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