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1심 유죄’ 임종헌 항소심 시작…“혐의 부인, 무죄 선고돼야”
재판부 “양승태 사건과 병합 안 하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항소심 재판이 26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모두 30개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임 전 차장 측은 약 2시간 20분 넘게 공소사실 하나하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사와 임 전 차장 측은 모두 “1심은 사실을 오인했고 양형이 부당하다”며 첫날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임 전 차장의 행위는 정당한 사법권 행사 내에서 이뤄졌다”며 “직무수행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위법·부당함이 없다면 무죄가 선고돼야 하고, 항소심에서 1심의 부당함을 바로잡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2011년9월~2017년 9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법관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임 전 차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한 서울고법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법적 책임을 면제할 방법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국회의원 관련 재판에 대해 검토시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선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 입장으로의 재판 방향 검토, 외교부 의견서 사전 검토 등 행위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사는 1심에서 재판 개입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사실오인이고 법리 오해”라고 말했다. 검사는 “임 전 차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재판을 청와대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했고 대통령 개인을 위한 검토자료도 제공했다”며 “사법부 이익을 위해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선 변호사 역할을 수행했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관들은 낙인을 찍어 관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지휘·감독 책무를 부여받은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과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은 검찰이 자신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끼워맞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어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이슈를 다수 검사를 투입해 수사 성과를 내려다 보니 수사과정에서도 강압과 회유 분위기 등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지난 11일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은 모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 측은 “양 전 대법원장 사건과 임 전 차장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병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2051444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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