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또 좌초, 이것이 여당이 말하는 민생인가

한겨레 2024. 9.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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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입법이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저지로 또 좌초됐다.

국회 본회의 통과→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뒤 부결→법안 자동폐기의 수순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노란봉투법은 26일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당이 이를 저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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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재의결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입법이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저지로 또 좌초됐다. 국회 본회의 통과→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뒤 부결→법안 자동폐기의 수순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이번에도 집권당은 경영계의 반대 입장만 대변해 법안을 무산시켰다. 이러고도 윤 대통령이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편다고 말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노란봉투법은 26일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당이 이를 저지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야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라는 점만 부각시켜왔다. 산업 현장과 법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경영계 입장만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야당의) 악법 시리즈를 막아내는 것이 민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반대할 합당한 명분이 없는 법안이다. 이 법은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나지 않도록 하고, 원청 기업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경영계는 산업 현장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오도록 하면 오히려 산업 현장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사법부에선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다르지 않은 판결이 나온 바 있으며 한국이 2021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여론도 노란봉투법 입법에 우호적이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야당의 일방적 처리’라는 주장만 반복하며 법안을 무산시킨 것인지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제대로 밝혀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아이엘오에 결사의 자유 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아이엘오의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의결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협약 비준 이후에도 많은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노란봉투법을 무산시켜놓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긴 부끄러웠던 것인가. 노란봉투법 입법은 조속히 재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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