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인간 글쓰기`의 미래
챗GPT를 공저로 한 책들이 서점가를 점령하고, AI를 보조 도구로 사용해 출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 문장 하나를 두고 반나절 이상을 고민하던 작가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 또한 문장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신중하게 집필해 왔기에, 마음속에서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색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하다. 마치 모마(MoMA·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AI 미디어 아트 레픽 아나돌의 '비지도'(Unsupervised)를 마주한 듯, 혼란스러움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창작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AI가 생성한 그림, 음악, 그리고 글은 인간의 창작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이러한 AI의 발전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기존의 창작 방식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글쓰기는 오래된 정원에서 일해온 정원사의 따뜻하고 노련한 손길과 같다. 그런 정원사 앞에 갑자기 부자연스럽고 커다란 기계가 놓여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기계를 어쩌지 못해 노려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정원사는 늘 그랬듯 다시 차분하게 씨앗을 심고 가꿀 것이다. 동시에 기계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고, 설명서를 꼼꼼히 읽으며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기계의 장점을 활용해 정원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가꿀 것이다. 그동안 키우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도 심고, 더 넓은 꿈을 꿀 것이다.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AI라는 새로운 도구에 당황하고 경계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해 자신의 창작 활동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AI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자료 조사를 돕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창작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작가는 글 씨앗을 고르기 위해 다른 시선으로 살아간다. 마침내 씨앗을 찾았을 때의 쾌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성스러운 손길로 글 씨앗을 다듬고, 불리고, 마음을 기울여 심는다. 진심과 노력, 희생과 노고가 따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원은 생명력을 잃고 만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다. 작가의 경험, 감정, 사유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독자와 소통하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AI는 이러한 과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AI는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글쓰기는 모든 관계와 인물을 담고 있는 사회, 그 안에서 쌓인 감정의 표현과 사유의 집결체이다.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함, 고뇌, 기쁨, 그리고 눈물까지도 글 속에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쓴 책 '엄마와 함께 기적의 글쓰기 100일 작전'에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나눈 이야기, 서로가 함께 글을 쓰며 만들어낸 기억과 감정들이 녹아 있다. 이는 AI가 그 어떤 방식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깊이다.
인간의 글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작품을 비롯해 작가의 삶과 경험,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는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사건을 경험하고, 해결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인간의 삶과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인간 글쓰기가 가진 고유한 가치이자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문법 검사, 표현의 다양화, 자료 조사, 아이디어 도출 등에서 작가를 돕는 훌륭한 도구이다. 하지만 데이터 학습을 통해 패턴을 인식하고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처럼 새로운 것을 상상하거나 예측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정원을 가꾸는 손길, 어떤 씨앗을 심을지, 어떤 모양의 정원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경험과 통찰이다.
AI는 작가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작가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AI는 작가의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글의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작가는 AI를 통해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자신의 경험과 감정, 사유와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해야 한다.
앞으로 AI와 인간의 협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AI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제시하고, 인간은 그 위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해 독창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AI는 문법을 교정하고, 표현 방식을 제안하는 글쓰기 코치 역할을 하며, 인간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AI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돕는 강력한 도구다. 인간의 창의성, 감성, 경험은 AI가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글쓰기는 여전히 중요하며, 오히려 AI가 글쓰기의 기술적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인간의 감정과 경험이 담긴 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치 모든 정원이 똑같이 기계적으로 가꾸어진다면, 그 안에서 손수 가꾼 정원이 얼마나 소중하게 보일지 생각해 보라.
이를 보면 결국, AI 시대의 글쓰기는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로운 협력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AI 시대의 작가들은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감성을 글에 담아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글쓰기의 미래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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