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것들에서 美를 탐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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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인지, 연극인지, 영화인지 규정할 수 없는 무대는 필립 드쿠플레(63·사진)의 장기다.
무용수로도 무대에 오를 예정인 드쿠플레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며 '샤잠!'을 비롯해 자신의 예술관을 들려줬다.
드쿠플레는 무대 위 무용수들이 아름답게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크지 않다.
드쿠플레는 항상 "나는 실수를 선호한다. 조율되지 않은 신체로 작업하고, 그것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무대에서 확인하는 게 여전히 재미있다"고 현지 매체에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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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연극·서커스 결합한 '샤잠!'
1998년 초연 뒤 전 세계서 공연
10월 25일부터는 LG아트센터
"저는 실수와 즉흥성이 좋아요
그것들로 뭘 더 할지 모르니까"
무용인지, 연극인지, 영화인지 규정할 수 없는 무대는 필립 드쿠플레(63·사진)의 장기다. 프랑스 예술계에서는 한계를 모르는 그의 작업에 정의를 내릴 수 없어 아예 신조어인 ‘드쿠플러리’를 만들었을 정도다. 그런 드쿠플레의 대표작 ‘샤잠!’이 오는 10월 25일부터 사흘간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 오른다. 무용수로도 무대에 오를 예정인 드쿠플레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며 ‘샤잠!’을 비롯해 자신의 예술관을 들려줬다.
▶▶▶[관련 프리뷰] 한계를 모르는 드쿠플레적 상상의 세계 '샤잠!' 한국 온다
‘샤잠!’은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는 공연은 아니다. 특정한 메시지가 있다기보다 이미지의 힘에 대한 색다른 연구와 분석을 표현했다는 게 그의 설명.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샤잠!’에서는 형식이 곧 내용이라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여정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샤잠!’은 1998년 칸 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돼 초연한 작품이다. 드쿠플레는 “거울에 영사된 이미지와 실제 사이를 오가는 시선, 광학에 대한 연구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연극, 춤, 영화, 비디오, 음악이 ‘샤잠!’ 무대에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 거울, 액자, 영상 등을 활용한 기발한 시각효과로 실재와 가상을 분간하기 어려운 경험을 준다. 전 세계에서 200회 넘게 공연한 드쿠플레의 스테디셀러다. 이번 공연은 초연 멤버들이 다시 뭉친 게 특징이다.
26년이란 시간의 흐름은 드쿠플레에게 커다란 아이디어를 가져다줬다고. “‘샤잠!’ 공연 중 상영될 16㎜ 및 35㎜ 영상은 1998년에 촬영된 것입니다. 26년 전 아티스트와 중년을 훌쩍 넘긴 현재 그들의 이미지 사이에 ‘미장아빔’(마주 보는 거울 속 동일한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되는 모습)이 형성되게 연출했지요.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이 2024년 ‘샤잠!’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어요!” 신체 변화뿐 아니라 미학의 변화와도 마주할 기회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드쿠플레는 무대 위 무용수들이 아름답게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크지 않다. 오히려 기괴하면서 아름다운 것을 탐구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 뿔 형상을 한 몸체, 천 개의 손가락 등 해괴한 모습의 무용수들이 과거 그의 무대에 등장한 바 있다. 프랑스 매체들은 “이상한 신발, 이상한 의상으로 인해 인체에 제약을 가하고 그 몸짓을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고 그를 평가했다. 드쿠플레는 항상 “나는 실수를 선호한다. 조율되지 않은 신체로 작업하고, 그것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무대에서 확인하는 게 여전히 재미있다”고 현지 매체에 말해왔다.
지금까지 40년간 창작자로 살아온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예술감독으로 나섰을 때다. 어린 시절 마임, 서커스, 뮤지컬을 배웠고 알윈 니콜라이, 머스 커닝햄 등 저명한 이들에게 현대 무용을 배웠다. 다채롭고 익살스러우면서 시적인 무대를 펼친 천재라는 게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평가다.
예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왕성한 작업을 이어가는 비결은 뭘까.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이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이자 상상의 세계에 뛰어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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