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7광구

손제민 기자 2024. 9. 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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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제7광구, 검은 진주”

가수 정난이의 노래 ‘7광구’는 1980년 사회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음반으로 발매됐다. 가수의 독특한 창법에 더해 ‘산유국의 꿈’에 부풀어 있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석유 매장이 확인되지 않고 시추도 중단되며 7광구는 대중의 뇌리에서 희미해졌다. 7광구가 다시 주목받은 건 2011년 안성기·하지원이 출연한 동명의 액션 스릴러 영화가 나왔을 때다. 영화는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고 7광구는 또다시 잊혔다.

7광구는 박정희 정권이 해저광물자원개발법에 따라 지정한 해상 구역 중 하나로,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해상에 있다. 남한 면적의 80% 크기이고 한·일이 주장하는 대륙붕이 겹치는 구역이다.

최근 7광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한·일이 1978년 맺은 이 구역 공동 개발에 관한 협정의 연장 문제를 논의하면서다. 한·일은 1986년까지 이 구역을 공동 탐사했지만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나가며 탐사가 중단됐다. 공동 탐사가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협정 내용에 따라 그동안 개발이 봉인돼 있었다. 이 협정은 만료를 3년 앞둔 2025년 6월22일 이후 어느 한쪽이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 종료된다. 국내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대로 협정을 종료시킨 뒤 단독 개발에 나서 자원을 독차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왔다. 한국이 공동 개발을 요구해왔지만 일본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게 그런 의혹을 키웠다.

일본이 어떤 이유에선지 협정 연장 협상을 하자는 한국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양국은 27일 6차 공동위원회를 연다. 5차 공동위가 1985년 열렸으니 39년 만이다. 양국은 시추 탐사 기술의 발전, 대륙붕 해양법 변화, 중국까지 가세한 동북아 자원개발 경쟁 등 그간 달라진 사정을 고려해 협의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사정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바다가 개발 분쟁보다 계속 봉인돼 있는 편이 후세를 위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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