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돌멩이소리…자연의 소리로 풍경화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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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그림'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동시대 미술가들은 시각예술의 틀을 깨는 '소리의 시각화'를 연구했다.
1963년 건반을 누르면 사물이 움직이는 '총체 피아노'를 내놓은 백남준, 느닷없이 이 피아노를 도끼로 부순 요셉 보이스가 소리를 소재로 삼은 거장들이다.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기획한 올해 광주비엔날레도 소리에 주목한 전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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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곳곳서 수집한 소리들
스피커로 틀어줘 상상력 자극
소리를 통해서 '공간이동' 경험
‘들리는 그림’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동시대 미술가들은 시각예술의 틀을 깨는 ‘소리의 시각화’를 연구했다. 1963년 건반을 누르면 사물이 움직이는 ‘총체 피아노’를 내놓은 백남준, 느닷없이 이 피아노를 도끼로 부순 요셉 보이스가 소리를 소재로 삼은 거장들이다.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기획한 올해 광주비엔날레도 소리에 주목한 전시를 선보인다.
서울 화동 백아트에서 열린 김준(48) 개인전 ‘감각의 저장’은 전시에 선보인 모든 작품의 주된 재료가 오롯이 ‘들리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화가도, 조각가도 아니다”고 한다. 그는 붓 없이 소리로 풍경을 그리고, 이를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 상자 속 스피커에 담는다. 소리로 파노라마를 구현한 ‘사운드스케이프’가 김준의 작품이다.
전시에는 10여 년간 김준이 강원도 일대, 뉴질랜드, 호주에서 만난 암석과 식물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한 작품들이 나왔다. 주요작인 ‘바람에 흐르는 음악’ 시리즈는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채집한 바람, 물, 나무 소리가 어우러졌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서울 한복판 갤러리 안에서 강원도 산골에 서 있던 작가의 경험을 공유한다. 갤러리 측은 “작품에 담긴 장소성은 관람객의 주관적 상상과 경험으로도 전이된다”고 했다.
이런 장소성은 같은 시간 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흔들리고 이동하는 조각들’은 암석 탁본이 그려진 상자 스피커에 영월 지질공원에 있는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내는 소리가 담겼다. 해수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이 화석은 5억 년 전 이 지역이 바다였다는 증거다.
김준은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유학하며 소리로 하는 미술을 시작했다. 도시 속 소음부터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 불가청음까지 채집하며 사운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작업인데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2018년 송은미술대상을 받았다.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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