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가을 전어야 어딨니?”…돌아와줘 멀지 않다면
이어서 이슈픽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봄은 향기로 오고 가을은 소리로 온다고.
낙엽 밟는 소리 귀뚜라미 울음 소리 가을 전령사들의 발자국이 조금씩 다가오는 듯 하죠.
그런데, 정작 미식계의 전령사는 어째 감감 무소식입니다.
가을 전어 이야깁니다.
구워 먹고 회로도 먹습니다.
가을 전어의 고소함은 깨 서 말이 들었다는 감탄사가 지나치지 않습니다.
회로 먹을 때는 무침으로 해야 제맛입니다.
전어 무침은 막걸리 안주로 제격입니다.
'가을'과 '전어'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란을 마친 전어가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하고 연안으로 올라오는 때가 가을입니다.
9~10월 살이 탱탱하게 붙고 기름기가 오르면서 절정의 맛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한창 횟집 수조를 휘젓고 다녀야 할 전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부 식당에선 전어 찾는 손님들 향해 "금일 전어 없습니다 주문해도 안들어와요" 안내 문구를 붙이기도 합니다.
[배분선/수산시장 상인 : "전어가 안 나요. 안 나서 너무 비싸요. 바다에서 안 나요."]
있다하더라도 값이 배가 됐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kg당 도매가는 2만 5천원 해마다 이맘때 가격이 만 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전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 섭씨 30도 펄펄 끓는 바다 수온 때문입니다.
수온과 염도 등 변화를 잘 견디는 전어지만 9월까지 이어지는 늦더위 그에 따른 고수온 앞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실제로 2천년대 초반 10만t 이상이던 연간 생산량은 2020년 들어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균/사천시 팔포항 어민 : "작년보다 많이 안 나와요. 지난해 100이었다면 절반 정도…."]
전어는 귀한 돈이 아깝지 않다며 '돈 전'자가 붙습니다.
9월이 되어 소슬한 바람이 불때면 전국 횟집 수족관에는 '가을이 되었으니 꼭 맛보시라'는 몸짓처럼 은빛 전어의 춤사위가 펼쳐지곤 했습니다.
명지와 가덕도, 다대포 등 낙동강 앞바다는 몰려든 전어떼와 이를 낚으려는 어부들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 볼거리였습니다.
이상기후로 사라져가는게 한두가지겠습니까만 전어를 만나기 위해 가을을 기다려 왔던 미식가들에게 전어 실종 소식은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가을 전어는 체면을 내려놓고 먹는 법이라며 머리 부분을 살점 다지듯 쪼은 일명 '대가리 다짐회' 두세 토막으로 넙적넙적 썬 ‘전어 넙데기회’를 한입 가득 넣던 시절.
집 나간 전어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폭염의 심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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