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위증교사 녹취, 판사가 전체 들은 이유 [판읽기]

위증교사 녹취 30분 전체 해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재판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결심공판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지난 9일 재판에서는 검찰이 유죄 증거로 제출한 핵심 증거들이 공개됐다. 이 중에는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문제의 증언을 부탁하는 녹취 전체가 약 30분간 재생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검사사칭 사건 연루를 부인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김병량 성남시장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병량 시장이 KBS최철호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증언을 부탁했다.

/조선일보 유튜브 '판결문 읽어주는 기자'.

이날 재생된 전화 녹취에 따르면 김씨는 증언을 부탁하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저기 기억도 잘 안납니다”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때 어쨌는 정치적으로 나를 처벌해야 곤경을 벗어나는 상황”이었다며 “검찰도 나를 손봐야 해서 그렇고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나한테 덮어씌워야 도움이 됐던 사건”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증언을 요구한 내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했다.

이날 전체 녹취를 듣게 된 것은 이 대표측 요구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주요 부분을 재생하며 이 대표가 김씨가 모르는 내용을 증언해 달라고 했음을 강조했지만 이 대표 변호인이 ‘의도적인 편집’이라고 항의하며 재판장에게 ‘전체를 다 듣자’고 했다. 재판장이 이를 받아들여 2018년 12월~1월 사이에 이뤄진 네 차례의 통화, 약 30여분간의 녹취 전체가 재생된 것이다.

/조선일보 유튜브 '판결문 읽어주는 기자'.

이중에는 이 대표가 구속된 누군가를 언급하며 김씨가 그에게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묻고, 김씨가 이를 부인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이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얘기를 꺼낸 의도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공개한 증거 중에는 이 대표와 KBS 이모 기자와의 2002년 6월 통화 녹취록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이 기자가 검사사칭 사건 직후 자신에게 ‘KBS와 성남시가 이재명을 검사사칭 주범인 것처럼 몰고자 했다’고 제보했다며 이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녹취록에서 대화자가 이모 기자가 아닌 ‘불명’(不明)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내용상으로도 이 기자가 제보하는 게 아니라 이 대표가 주장을 말하고 대화자가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는 형식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증인으로 나온 이 기자 또한 “그런 대화가 있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었다.

26일 ‘판읽기’에서는 최초로 법정에서 공개된 ‘위증교사 녹취’ 30분 전체를 전격 분석한다. 또한 이날 검찰이 제시한 이 대표측의 통화녹취록, 최PD와 김진성씨의 검찰 및 법정 증언 등 핵심 증거도 들여다본다. ‘판읽기’는 유튜브에서 ‘판결문 읽어주는 기자’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