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론’ 뒤집은 마이크론 깜짝 실적... 하이닉스 9%, 삼성전자 4% 올라

윤진호 기자 2024. 9. 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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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5일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3분기(회계연도 4분기) 매출 77억5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였던 76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2분기보다 9억3900만달러 증가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래픽=양인성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린다. 이번에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최근 모건스탠리 등이 제기했던 ‘반도체 겨울론(반도체 불황 진입)’을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일주일간 급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하루 만에 9.44%, 삼성전자는 4.02% 올랐다.

그래픽=양인성

◇마이크론 “다음 분기 역대 최대 매출”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두고도 국내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억45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전분기(9억4100만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보다 이익 상승 폭이 컸다는 것은 가격이 높은 고성능 DDR5 D램(데이터 서버용 반도체)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HBM 공급 과잉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마이크론은 콘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와 내년 생산되는 모든 HBM 제품 완판 소식을 전했다. 또 “PC와 스마트폰 수요도 개선돼 출하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AI 기능으로 메모리가 더 많이 필요해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최근 PC·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지만, 새로 탑재되는 AI 기능 때문에 1대당 들어가는 메모리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AI 수요가 데이터 센터 D램 제품과 HBM 판매를 주도하면서, 이번 분기에 전년 대비 93%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게 했다”며 “낸드(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매출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향후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를 87억달러로 발표했는데, 이는 종전의 82억8000만달러보다 5% 이상 늘어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AI 성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신호”라며 “HBM을 생산하는 다른 칩 제조업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베인 “AI 칩 부족할 것… 3년 뒤 AI 시장 1조달러”

최근 모건스탠리가 제기한 ‘HBM 공급 과잉론’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5일 발간한 연례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AI 모델 등을 포함해 AI 관련 시장이 매년 40~55%씩 급성장해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달러(약 13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인은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AI 칩과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및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20% 이상 증가하면,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불황 우려에 주춤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급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6만4700원으로 전날보다 4.02%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9.44% 오른 18만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18만원 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전망과 관련해 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중국의 경기 불황 가능성과 스마트폰·PC 수요 부진이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지난 5월 2.1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2.05달러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D램 가격 약세 추세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몇 번 더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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