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폐식용유로 비행기 띄운다… `탈탄소` 바람 타는 항공사

양호연 2024. 9.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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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항공 연료
동물성 지방 이용한 'SAF' 도입
항공기 엔진개조 없이 사용가능
생산·사용과정서 배출량 90% ↓
대한항공·티웨이도 혼합 운항
티웨이항공 A330-300 항공기. 티웨이항공 제공
대한항공 B787-10. 대한항공 제공

'넷제로(Net-Zero)' 실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꾸준한 시장 성장을 이뤄온 항공업계도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맞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항공기는 국경 간 이동에 안전하고 편리한 수단으로 꼽히는 반면 탄소 배출량도 적잖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2% 수준으로 이는 육상교통 배출량의 6분의1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 산업의 규제가 엄격하다 보니 탈탄소 기술을 빠르게 도입·적용하는 일이 간단치만은 않은 모양새다.

◇"쉽지 않네" 탄소 배출 감축 방안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1.06기가톤으로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2017년 EU 기준 3.8%)를 차지했다. 이는 육상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 12%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나아가 시장에선 항공 산업의 배출량이 연평균 2.15% 증가해 오는 2050년에는 2.05기가톤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9년 대비 오는 2050년까지 항공 수요와 탄소 배출량이 두 배가량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어려운 데는 규제와 비용, 산업 특성 등이 요인이 지목된다. 우선 항공기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대체 저탄소 연료가 고가인 점,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낮아 추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 언급된다. 또 항공기 갱신 주기(renewal cycle)도 길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가능성도 높다.

통상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지속가능 항공유(SAF)와 저배출 추진 항공기술, 공항 운영의 효율성과 항공기 디자인 개선 등이다.

그간 항공사들은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자원으로 만든 항공유를 사용해 왔다. 이는 탄소를 내뿜기만 할 뿐 줄이거나 없애지 못한다. 반면 SAF는 생산부터 사용 과정에 걸쳐 탄소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연료다.

수소·전기차처럼 수소·전기 항공기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구현이 어렵거나 소형 항공기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중에 흩어진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땅에 묻거나 바다에 빠뜨리는 '포집' 기술도 아직 상용화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는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수소 등을 추진 기술로 이용하는 방식의 경우 탈탄소 외에도 이동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등 경제적 가치도 있어 배터리 기술 개선 등이 동반될 경우 개발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 외에도 공항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항공기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해당된다.

◇탈탄소 첫걸음 'SAF' 도입, 안전할까

가장 유력한 대안인 SAF는 항공을 탈탄소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단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항공연료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고, 항공기나 엔진의 개조가 필요하지 않아 연료 시스템에 채워 넣으면 되는 드롭인(Drop-in) 연료다.

이에 따라 탈탄소가 어려운 장거리 비행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AF 기술은 도시 및 농업 폐기물을 포함한 다양한 범위의 공급 원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전 과정(Life cycle) 배출량을 80~90%까지 줄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통상 SAF는 유류 성분이 있는 동물성 지방과 폐식용유를 이용하는 '바이오 연료 정제' 방식, 잔류물·폐기물 등을 이용하는 방식인 '가스화와 ATJ(Alcohol-to-Jet)',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만드는 이퓨얼(E-fuel)을 제조하는 'PTL(Power-to-Liquid)' 방식이 있다. 가스화와 ATJ는 도시 고체 폐기물(MSW)과 임·농업 잔류물을 공급 원료로 사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PTL 방식의 궁극적 목표는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그린수소를 사용해 e-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일각에선 SAF를 주입한 항공기의 안전성을 우려하지만 화학·물리적 특성은 기존 항공유와 거의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처음부터 SAF만 100% 급유해서 운항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항공유에 일부 섞어 운항하다 점차 비율을 늘려가는 만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15년 전부터 미국에선 글로벌 항공우주기업 보잉이 SAF를 이용한 시험 비행을 시작했고, 2011년에는 상업용 사용 승인을 받기도 했다.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SAF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친환경' 항공산업, 어디까지 왔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SAF 혼합유를 통해 탄소 배출량의 65%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정부 부처가 SAF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7년부터 국내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는 SAF의 1% 혼합사용이 의무화 된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항공사들도 잇달아 SAF을 도입·운항에 나서며 탈탄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11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인천 구간을 운항했고 파리~인천 구간 정기편 노선에 SAF를 1% 혼합해 운항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 SAF를 상용 노선에 적용하고 나섰다. 해당 SAF는 에쓰오일(S-Oil)과 SK에너지가 생산하며 두 회사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친환경 정제 원료로 활용하여 SAF를 제조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SAF 사용을 단거리 노선에서 중장거리 노선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중에선 티웨이항공이 처음으로 SAF를 도입했다. 지난달부터 인천~파리 정기편을 취항에 나선만큼 프랑스 규정에 따른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SAF를 1.5% 혼합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에쓰오일과 SAF 공급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산 SAF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울러 오는 2026년부턴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량을 25% 감소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항공기를 잇달아 도입할 방침이다.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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