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빠지고 우리만…”이라는 도이치 주가조작범 편지

2024. 9.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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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인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차 주포인 김모씨가 주가조작 공범이자 김건희 여사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민모씨에게 쓴 편지에서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고 자신들은 처벌을 받을까봐 우려했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직후 민씨가 다른 투자 건으로 김 여사와 문자를 주고받았고, 2020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에 김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40차례 통화·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도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JTBC 등 보도를 보면, 검찰 수사를 피해 2021년 9월부터 한 달 정도 도피한 김씨는 10월 즈음 민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측근에게 맡겼다. 김씨는 편지에서 “잡힌 사람들은 구속 기소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라고 했다.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인 김 여사는 처벌을 피하고 자신들만 처벌받는 상황을 우려한 걸로 보인다. 민씨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직후인 2012년 1월 다른 투자 건으로 김 여사와 통화·문자를 여러 번 주고받았다. 민씨는 재판에서 김 여사와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다른 투자 건이지만 김 여사와 연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대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20년 9·10월 김 여사와 40차례에 걸쳐 통화·문자를 주고받았다.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게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통화내역 조회,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김 여사를 일찌감치 무혐의 처분하지 못한 것도 이런 수사기록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 4년간 김 여사 조사를 뭉개다 얼마 전에야 검찰청 밖으로 나가 굴욕적인 출장 조사를 했다. 검찰의 직무유기요,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2심 결과를 보고 처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2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했다. 이제 검찰은 더 이상 머뭇대지 말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김 여사를 처분해야 한다. 보강 수사나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질질 시간을 끄는 건 그간의 부실 수사를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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