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혹평에 한발 물러선 거래소… “연내 종목 변경 검토”
특례제도로 편입된 기업, SK하이닉스가 유일
“시장 대표성·실적 전망 등 고려해 지수 잔류 결정”
“수익성 높인 지수 아냐… 밸류업 정책 연계된 대표지수”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 24일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해 국내외 시장에서 실망감이 잇달아 나오자, 거래소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금년 내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원래 내년 6월부터 매년 6월에 편입 종목을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시장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계획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 지수 특례제도 적용해 편입된 기업, SK하이닉스 1곳
밸류업 지수 발표 후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SK하이닉스가 지수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앞서 거래소는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밸류업 지수 종목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 가운데 산업군별 자기자본수익률(ROE) 순위가 높은 100개 기업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
거래소는 시장 대표지수의 경우 지수 영향력이 큰 일부 종목에 대해 특례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경우 산업 및 시장 대표성, 15%라는 지수 내 비중,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수 잔류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거래소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과 5조500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지수 선정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부연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특례제도를 통해 편입된 종목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며 “지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류를 결정한 내용이고, 세부 기준은 (다음 주 발표될) 지수 산출 방법론에서 공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각각 ROE와 PBR 요건 미달로 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주환원 등 특정 요건이 우수하지만, 다른 평가 요소인 수익성과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미흡하면 지수에 편입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KB금융의 ROE는 8.16%로, 산업군 내에서 상위 50%에 들지 못했다”며 “금융업종 내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밸류업 조기 공시 특례로 들어간 기업들로 인해 KB금융이 미편입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공시 특례로 편입된 4종목(현대차·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을 구성종목에 먼저 반영하고, 순위가 가장 낮은 97~100위 종목들이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밸류업 지수, 투자수익 큰 테마성 아냐… 지표 우수한 대표기업들로 지수 구성”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200 등 다른 지수에 편입된 종목으로 대부분 구성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 개발의 주요 취지는 저평가나 고배당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수익성, PBR 등 다양한 질적 지표가 우수한 시장 및 업종 대표 기업들로 지수를 구성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 테마성 지수보다는 밸류업 정책이 출발하는 시점에 정책 방향과 연계된 가장 적절한 대표지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중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양태영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은 “주주환원 규모만 선정 기준으로 하는 경우 배당보다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의 지속성을 평가해 주주환원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향후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저평가주나 중소형주 등 다양한 컨셉의 신규 지수 수요에 대해선 세부 기준을 마련해 후속 지수를 순차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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