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권위원 부결시킨 野… 방송4법·노란봉투법 폐기시킨 與

전혜인 2024. 9.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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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여야의 갈등이 예고됐던 '방송4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재표결 법안이 상정되기도 전에 여당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야당의 대거 반대표로 부결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가장 첫 안건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안을 상정했다. 투표 결과 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후보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선출됐으나, 여당 몫 상임위원 후보인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한 전 교수에 대한 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고, 여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지르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야당은 당론 채택 없이 자유투표를 진행했지만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미화 의원이 한 후보자에 대해 '반인권적 사람이라 우려스럽다'고 평가하며 당내 분위기가 반대로 쏠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화 의원과 한석훈 후보자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함께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원식 의장은 이어 회의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여당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본회의가 약 30여분간 정회됐다. 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한 후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와 회의가 속개됐다.

회의 속개 후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유토론에 나서 "제가 국회의원 5년차인데 이렇게 참담한 심정으로 연단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며 "얼마 전 경찰청에서 우리나라 사기범죄가 점점 창궐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제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저는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과 함께 지난 이틀에 걸쳐 본회의 의사일정을 상세히 협의했으며, 본회의에서 두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며 "듣자하니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이 발언해 의원님들이 설득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교섭단체는 왜 필요하고 여야 합의는 왜 필요한가. 한 가지 약속도 지킬 수 없는데 국회에서 공존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뒤를 이어 토론에 나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기를 당했나. 국민이 사기당한 것 아닌가"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국가인권위원회의 취지를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자격이 없는 후보가 상임위원이 되서는 안된다는 서미화 의원의 지적이 있었고 의원들이 이를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인사 문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한 후보가 국가인권의 책임을 지는 그 자리에 마땅치 않다, 부적절하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하고 윤석열 정권의 잘못된 인사에 대해 앞으로도 확실히 견제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여당 의석에서는 "사기꾼"이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구호 앞에 "윤석열"이라고 외치며 맞받았다.

뒤이어 국회는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넘어온 6개 법안을 예상대로 재표결에서 부결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표결에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날 본회의에 299명이 전원 출석한 만큼 법안이 통과하려면 여당 측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협의된 與 인권위원 부결시킨 野...방송4법 노란봉투법 폐기시킨 與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같이 민주당 등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야당 단독 추진→대통령 거부권→법안 폐기라는 '쳇바퀴 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 야당은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부결 이후에도 재발의할 가능성이 크다.

추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마찬가지로 재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 19일 의석 수를 앞세워 해당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조만간 해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당은 표결에 협조하지 않고 야당 규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경우 여야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반발 기류로 일부 이탈표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최대한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여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여론전을 벌일 전망이다.

전혜인·김세희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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