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제7광구’ 공동개발 공식 회의 약 40년 만에 개최
협정 종료 통보 가능 시점 1년 앞둬
일본, 대륙붕 영유권 기준 유리해 소극적인 듯
한·일 정부가 제주도 남쪽 대륙붕 ‘제7광구’를 공동개발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오는 27일 개최한다. 이는 1974년 체결한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에 따른 공식 회의로 약 40년 만에 열린다. 각자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한·일은 JDZ 협정에 따른 제6차 공동위원회를 2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다고 외교부가 26일 밝혔다. 공동위 개최는 1985년 이후 39년 만이다. 양국 중 한 쪽이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 있는 시점을 약 1년 앞두고 열리는 회의다.
JDZ 협정은 양국이 공동위에서 탐사 및 개발 등 협정 이행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토록 규정한다. 다만 그간 오랜 기간 논의가 중단된 상태여서 27일 회의는 양측이 각자 입장을 재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의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한국은 탐사를 통해 경제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반면 일본은 협정 이행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동위에서는 협정 이행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며 “JDZ 협정의 그간 이행 관련 평가와 주요 사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한다.
협정 해지 통보 1년 앞두고 개최돼 주목
대륙붕은 육지에서 자연적으로 연장된 해저 부분을 말한다.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어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법에 따라 대륙붕은 해안선에서 최대 350해리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제7광구(8만2557㎢)는 한·일이 주장하는 대륙붕이 겹치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한·일은 1974년 1월 JDZ 협정을 체결해 이곳을 함께 개발키로 했다.
한·일은 협정에 근거해 1978~1987년 탐사 등을 진행했지만 경제성 있는 자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2002년에도 탐사를 실시했으나 일본은 경제성에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탐사 및 개발을 위해서는 각국이 조광권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일본은 1993년 이래 조광권자도 지정하지 않고 있다.
공동위 개최에도 일본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협정은 매년 1회 이상 한쪽이 요청하면 공동위를 열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1985년 5차 회의를 끝으로 재개되지 못했다. 정부는 그간 지속해서 공동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표면적으로는 경제성 문제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협정을 일본에 불리한 내용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1985년 이후 대륙붕 영유권 기준에 대한 국제법 판례 추세가 바뀌면서, 한·일간 협정이 아닌 판례를 따르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본이 협정 종료를 통보할 것이란 전망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1978년 6월 발효된 이 협정은 기본적으로 50년(2028년 6월) 동안 효력을 갖는다. 한쪽이 협정의 해지를 원하면, 종료 3년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즉 내년 6월부터 한쪽이 언제든 협정의 종료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일본이 이번 공동위에 나선 것도 협정 해지 통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한국과 형식적으로라도 협의를 진행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한·일관계 개선 흐름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협정이 종료된다고 해서 일본이 제7광구에서 한국과 협의 없이 단독 개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되면서 경계 확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경계 미획정 수역에서 일방적인 석유 시추 등의 행위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 경제성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이번 제6차 공동위에서는 일련의 합의 등 뚜렷한 성과가 도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약 40년 만에 양측이 대면하는 자리이고, 또 일본의 기존 태도가 변화했다는 신호도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협정을 연장하고 추가 탐사를 통해 경제성부터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협정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지난해 11월 JDZ 협정 미이행에 대해 일본에 유감을 표명하고, 협정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부가 협정 유지는 한·일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제7광구는 중국도 대륙붕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중국은 한·일이 JDZ 협정을 체결했을 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발간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에서 “협정 종료로 해당 수역이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회귀하면, 중국이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거나 중국과 일본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JDZ에서 한·중·일 3국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위 개최를 계기로 양국이 JDZ 협정 문제를 계속해서 우호적·협력적으로 다뤄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 JDZ 협정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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