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관두고 '주말 놀거리' 알리는 CEO…알고리즘 '편식'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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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하지?" 행복하면서도 어려운 고민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주말이라는 시간은 한정돼 있어 무엇을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검색하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고민만 하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아까운 것이 없다.
이런 문제를 풀어주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주말 여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말랭'이다. 주말랭은 일주일 중 가장 주체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인 '주말'에 집중해 사람들이 주말을 더 즐겁게, 나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황엄지 주말랭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헤어샵 등을 거친 IT 기획자 출신이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매일 반복되는 평일을 보냈다. 주말에는 새롭게 환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취향에 맞는 정보를 찾는 게 번거로워 불만족스런 주말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황엄지 대표는 처음에는 사이드 프로젝트 성격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 많은 구독자들이 몰렸고,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했다.
주말랭은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 '주말랭이'를 발송한다. 주말랭이에는 주말에 즐기기 좋은 여가들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다. 현재 구독자는 7만명으로, 국내 여가 관련 뉴스레터 중에서는 1위 규모다.
구독자 1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97.3%가 '주말랭이를 통해 주말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볼 만한 곳이 많아진 점, 취향이 넒어진 점, 주말을 더 잘보내고 싶은 의지가 생긴 점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주말랭은 추천 장소를 선정하는 기준이 까다롭다. 황 대표는 "크게 2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정보는 굳이 지면을 낭비하지 말자는 것, 두 번째는 본질 이상의 것을 가진 장소"라고 했다.
황 대표는 "구독자들이 뉴스레터를 보긴 하지만 실제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콘텐츠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경험과 이색 공간에 대한 수요를 채워주기 위해 경험상점을 만들었다"고 했다.
경험상점은 놀이동산이나 일반적인 여가 활동이 아닌 취향 기반의 엄선된 경험을 제공한다. 수원 행궁동에서 즐기는 피크닉, 핸드폰 없이 보내는 2박3일 주말여행, 겨울 시즌 1인용 사우나 등 다른 액티비티 플랫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활동들이 판매된다.
경험상점은 뉴스레터의 강점(오픈율 42.6%, 클릭률 16% 등)과 결합해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다. 황 대표는 "경험상점은 주말랭이가 쌓아온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커머스들은 상품을 많이 갖고 있지만 단지 나열돼 있을 뿐 맥락을 주는 것이 부족하다. 이용자가 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주말랭은 경험을 판매한 이후 해당 경험과 연계해서 하면 좋을 경험까지 추천한다. 수원 행궁동을 찾아갔다면 그 근처에 가볼 만한 카페와 맛집, 놀거리, 동네 산책 코스 등을 큐레이션 해주는 식이다.
현재 흑자 상태로 자생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내년에는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규모를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매주 여가 데이터가 확보되고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알고리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시장을 검증하는 시간이었고 내년은 더욱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 콘텐츠로 인정받아 7만여명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으며, 광고주들도 많이 찾아주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스레터에서 콘텐츠를 클릭하면 경험상점으로 연결되고 바로 구매까지 가능하다. 뉴스레터가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과 비교해 더 강력한 점"이라며 "실제 클릭으로 이어지고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구독자를 타겟으로 사업 확장도 추진한다. 황 대표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30만명, K-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한국에 여행을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들이 즐기는 주말 활동은 맛집이나 카페, 술집 등으로 매우 뻔하다"고 했다.
주말랭은 외국인에게도 콘텐츠 큐레이션을 해주기 위한 영문 뉴스레터 발행을 준비 중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경험상점 같은 커머스도 연결할 것"이라며 "외국인에게 주말랭이라는 발음이 어려워 사명 변경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뉴스레터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좋아하는 정보만 편식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계속 던져주면서 몰랐던 경험, 새로운 관심을 알게 한다"며 "인스타그램처럼 보여주기식이나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나로 살 수 있는 주말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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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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