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던 조카…지금은 하늘을 지키냐" 채상병 이모의 편지

해병대 동기들 전역 날,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편지 화제

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채상병 가족의 편지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해병대 제대하는 걸 축하하네, 우리 조카 채수근! 자네가 진짜 해병대지. 그리고 너무 미안하네…".

지난해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의 입대 동기들의 전역 날인 26일, 채상병의 가족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이 화제다.

채상병 이모로 추정되는 이는 이날 온라인상에 "20살 젊디젊은 아직은 아기 티가 남은 우리 조카의 제대 날이네요. 너무너무 고생했다, 아가"라고 채상병을 지칭하며 "소방관 아버지를 닮아 씩씩하고 의롭다 칭찬받더니, 민간인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느라 그 더운 여름 궂은 빗속에서도, 추운 눈 속에서도 애썼네. 우리 조카"라는 편지를 남겼다.

이어 "너희 엄마 아빠는 네가 하도 안 생겨서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수술)으로 어렵게 너를 만났는데, 지금은 하늘을 지키냐"며 "멀리서 현충원 둘레길을 걷는데 너희 엄마는 소리도 못 내고 널 붙잡고 울고 계시더라"고 가족끼리 현충원에 다녀온 일화를 언급했다.

이모는 "나는 너무 미안해서 내가 내 뺨을 치고 싶더라. 애미는 자식을 물속에다 잃고 말도 안 되는 억울한 핍박을 또 당하며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있는데, 선선한 바람 분다고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나"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뒷모습을 보고 절대 너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너희 엄마가 하나도 궁금한 게, 하나도 억울한 게 없다고 할 때까지 같이 손을 들고 묻고 또 질문을 던질게"라며 의혹들만 무성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글을 차마 다 읽지도 못하고 눈물이 흐르네요', '군대 간 아들 하나도 지켜주지 못하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감히 상상도 안 되네요'라는 댓글로 안타까운 마음을 공유했다.

채상병 동기 전역날 채상병 묘소 찾은 해병대예비역연대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동기 1292기의 전역일인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해병대예비역연대 관계자들이 채상병 묘소에 전역복을 올리고 있다. 2024.9.26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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