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국 비자, AI·로봇 비자 신설... "외국 기술인력 10만명 데려온다"
우호국 출신 청년들 모셔와 '친한파' 양성
AI·로봇·우주 등 첨단 산업 인재 유치도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우호국의 청년이나,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 분야의 지식·기능을 갖춘 외국인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전용 사증(비자)이 새로 생긴다. 단순 저숙련 작업을 위한 노동력과 별도로 지식산업에 걸맞은 외국인 인재를 5년 안에 10만 명 들여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법무부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新)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1만 명(전체 인구의 약 5%)으로, 향후 5년 내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과학적 분석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외국인을 선별 유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자 신설을 통한 '인재 모셔오기'다. 먼저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나라나 주요 경제협력국 등 우호국 출신 청년을 위한 '청년 드림'(가칭) 비자가 생긴다. 우호국의 잠재력 높은 청년 인재들에게 취업·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 청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한파와 친한파 양성도 노리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 중 이 비자를 도입해 첨단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농·어업, 돌봄분야 등 취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첨단산업 분야 최상위권 인재를 겨냥한 '톱 티어'(Top-Tier·최상위) 비자도 생긴다. 종전엔 AI·로봇·양자기술·우주항공 분야 지식을 갖춘 해외 인재들이 동반가족과 함께 장기간 국내에 머무를 유인책이 부족했다. 이에 정부는 해외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사 이상 학위가 있거나 대학·기업·연구소 등에 재직하는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비자 제도를 설계했다. 내년 1분기 도입이 목표다. 다만 비자 발급 규모 등 상세 내용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를 거쳐 구체화한다.
우수 인재들의 장기 체류를 돕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능력 3급 이상이고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경우, 졸업 후 진로탐색을 위한 구직(D-10) 비자 체류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한 기업에서 인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된다. 아울러 전문인력 배우자가 한국어능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가사·육아를 포함한 비전문 분야의 단순노무 취업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책도 고도화한다. 올해 4분기부터 이민 2세대 등 외국인 청소년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취업비자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중국동포(조선족)·고려인도 추가 조건 없이 재외동포(F-4)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다른 국적 동포와 달리 직업·소득요건을 추가로 충족해야만 F-4 비자 발급이 가능했다.
또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비자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심의기구'를 꾸린다. 이번 정책을 통해 향후 5년 내 외국인 전문·기능인력 10만 명을 추가 확보하고, 지역상주인구를 확대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무분별한 외국인 유입에 따른 국민 일자리 침해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비자 발급 규모 사전 공표제'를 엄격히 시행할 방침이다. 업종별 인력수급 불균형과 불법 체류 상황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다음 연도에 필요한 비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결정해 미리 알리는 제도다.
한편 법무부는 신규 인력을 데려오는 것과 별도로 불법체류자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외국인력 도입 확대 등에 따라 늘어난 불법체류자 문제에는 엄정하게 대응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출입국 이민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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