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경제가 ‘네덜란드 병’ 우려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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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경제는 지금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숫자만 봐선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포르투갈 경제는 부활하고 있지만 아직 고질적인 병폐가 완치된 게 아니라 경계해야 할 점이 적잖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포르투갈 최고 경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히카르두 마메드 리스본대 경제학부 학장은 최근 리스본대에서 가진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주로 영미권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포르투갈과 남유럽 경제의 회복에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을 비롯한 이 국가들의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면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 위기로 인한 이른바 ‘기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포르투갈 경제가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수준의 측면에서 위기 이전의 경제 수준을 회복한 것은 2018년 즈음의 일”이라며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고, 이는 결코 빠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GDP와 고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2002년쯤이다. 5년이 걸린 셈이다.
마메드 학장은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 전 세계를 휩쓴 인플레이션 위기를 포르투갈 경제가 잘 이겨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국의 6분의 1 수준인) 작은 경제에 내재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지속적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관광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그는 “관광 호황은 포르투갈 경제가 많은 외화 수입을 거둘 수 있게 했고, 디지털 노마드와 외국 인재들이 포르투갈에 관심을 갖고 이주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관광 산업이 과열되면서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병은 특정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면서, 다른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 현상을 뜻한다. 1959년대 북해 유전의 발견으로 네덜란드 경제가 일시적 경제 호황을 누렸다가, 통화 가치 상승과 물가 급등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1970년대까지 극심한 침체를 겪자 생긴 말이다.
관광 호황과 단기 거주 외국인 증가는 대도시 집값 폭등이란 부작용도 불러일으켰다는 게 마메드 학장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리스본은 주택 가격이 지난 3년간 30%나 상승했다. 지난해 리스본 시내의 평균 집값은 ㎡당 5426유로(약 800만원)로, 아직 파리(9770유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밀라노(5345유로)와 베를린(5004유로)을 뛰어넘었다. 주거비 부담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비해 낮은 물가와 임금 수준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상대적 강점을 누려온 포르투갈의 경쟁력을 깎아먹게 된다.
그는 “포르투갈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라 금리와 통화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칠 수 없고, 산업 정책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또 “한국처럼 장기적 국가 경제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 경제 성장 계획이 포르투갈에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은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려 있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올해 우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더 커졌다고 한다. 그는 “지금 정부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주도의 경제 성장을 선호하는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며 “자칫 높은 성장률의 함정에 빠져 진정한 경제 구조 개혁의 호기를 놓치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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