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익기부도 상속분쟁 대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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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아생전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유언으로 전 재산을 재단에 내놓은 기부자 사례가 사회적 화두가 됐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으로 우리에게도 유산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우자와 직계비속, 공익적 기부재산에 관한 유류분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재산 형성 기여도, 고인의 생전 처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 간 상속을 넘어 유산기부를 통한 '사회적 상속'까지도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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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아생전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유언으로 전 재산을 재단에 내놓은 기부자 사례가 사회적 화두가 됐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미담 사례가 아니었다. 기부자 자녀들이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재단과 유류분 소송을 벌였고,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받게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러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이 사건은 대한민국 상속 문화에 큰 전환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구하라 씨 유산 처분과 더불어 민법상 유류분 관련 규정의 일대 변혁을 주문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단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25일, 헌재는 형제·자매 유류분 규정은 폐기하고(위헌), 부양 또는 재산 형성 기여 정도나 패륜 행위 등을 고려해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유류분도 개선(헌법 불합치)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별개 의견으로 "공익적 기부재산까지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되는 것은 고인의 정당한 의사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공익에도 반하므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더했다.
사회 환원을 위한 유산 기부에 유류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으로 형제자매 유류분 규정은 삭제됐고, 직계존속에 대한 기계적 유산 배분도 헌재 결정에 따라 관련 법이 개정되는 대로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으로 우리에게도 유산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우자와 직계비속, 공익적 기부재산에 관한 유류분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고인이 평소에 모은 재산을 고인의 선한 의지에 따라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일은 금액의 과소를 막론하고 권장되고 존경받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부가 아주 드문 일이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법률이 선진화된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부문화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1970년부터 이미 유류분 제도를 개혁해왔다. 재산 형성 기여도, 고인의 생전 처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 간 상속을 넘어 유산기부를 통한 '사회적 상속'까지도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방향이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의 민법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윤리적 의무 또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증여'를 제외하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유류분 제도 자체를 두지 않고, 유언에 따라 상속하되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적정한 유족 생활비를 개별 산정한다.
유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한 의지로 부를 재분배하는 행위이며,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동력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으로 사회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고인의 의지를 오롯이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 시대 변화에 부합하도록 유류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바로 유산기부를 통해 부의 사회 환원 활성화를 논의할 적기이다. 국회가 선도적으로 유산기부 등 공익 목적의 증여에 대한 유류분 배제 규정을 마련한다면, 상속 제도 개선은 물론 기부문화 선진화에도 큰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다. 마침 법무부 주도로 민법개정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정부와 국회가 뜻을 모아 헌재 결정을 법률에 반영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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