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디지털 기기와의 육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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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전쟁 중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를 쓰려는 아이들과 제재하려는 부모들, 다시 그 부모를 넘어서는 아이들.
이 거대한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지 부모는 무기력해진다.
뇌는 자극을 받으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전두엽 성장이 미숙한 아이들은 분비량을 조절하기 어려워 중독에 쉽게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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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딥페이크 문제 속속
현실선 부모 과잉보호라지만
가상 세계선 과소보호 문제
학교도 인권문제로 손놔
조속히 안전장치 마련해야
요즘 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전쟁 중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를 쓰려는 아이들과 제재하려는 부모들, 다시 그 부모를 넘어서는 아이들. 이 거대한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지 부모는 무기력해진다. 어느 세대도 겪어보지 못한 '최초의 전쟁'이 매일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최근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이용하여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우선시되고(현저성), 이용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감소하며(조절 실패),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게 되는 상태(문제적 결과)를 의미한다.
2011년 11.4%였던 수치가 10여 년 만에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스마트폰 의존이 성장 중인 아동·청소년에게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고력이나 주의 집중력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다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는 자극을 받으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전두엽 성장이 미숙한 아이들은 분비량을 조절하기 어려워 중독에 쉽게 빠진다. 또한 뇌는 한 번 생긴 경로를 쉽게 강화하고 각인하는데, 자아상을 확립하고, 건강한 또래 집단을 이루며,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는 청소년기에 자극적인 경로만 강화된다면 정신 건강에 위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 청소년의 우울, 불안 비율이 50% 이상 급증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세에서 14세 사이 자살률이 2007년과 2021년 사이에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자살률을 보면, 다른 연령은 감소한 것에 비해 10대와 20대만 증가했는데, 2013년 인구 10만명당 2.8명이던 10대 자살률은 2022년 7.2명으로, 같은 기간 20대는 18.0명에서 21.4명으로 늘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세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어른들이 가상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아이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며, 현실세계에서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온라인에서는 과소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사건사고가 생길까봐 운동장에 못 나가게 하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은 인권 문제라며 제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떠오른다. 20세기 초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늘자, 비행기에서 사용되던 안전벨트를 자동차에도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이에 1959년 볼보가 차량용 안전벨트를 개발했으나, 당시 미디어와 대중은 "안전벨트는 인권 침해이며, 최악의 아이디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디지털 기기는 자동차와 같다. 편리하지만, 안전장치가 없으면 위험하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생기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의 의무다. 더구나 이미 우리 아이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안전벨트 없이 운전하는 것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다.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가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202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초·중·고 교실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학교에 디지털 교과서가 보급되기 전에 안전벨트를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부모에게만 이 최초의 전쟁을 막으라고 할 것인가.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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