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마세라티에 치인 20대 발인…유족 "고생만 하던 딸"

경찰, 타지역 도주 운전자 출국금지 명령…신병확보 주력 중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광주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의 발인이 26일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아버지는 슬픔을 추스르지 못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유족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너무 아프다"며 "고생만 하던 딸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다"고 오열했다.

고인은 지난 24일 늦은 밤 배달 기사로 일하는 남자친구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가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마세라티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사고는 퇴근을 위해 자주 오가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왕복 8차선 도로에서 났고, 고인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인근 도로를 비추던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벤츠 차량을 운전하는 지인과 추격전을 벌이는 30대 가해 운전자 A씨의 마세라티 차량 모습이 녹화됐다.

사고 지점에 다다르기 전 일행의 벤츠와 함께 신호를 위반했고, 도심을 고속 질주하는 당시 상황도 고스란히 담겼다.

오토바이를 가까스로 지나쳐 간 벤츠와는 다르게 이를 쫓아가던 마세라티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토바이 뒷좌석을 들이받았다.

마세라티를 버리고 현장에서 달아난 A씨는 B씨의 벤츠에 탑승해 타지역으로 도주했고,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잠적한 상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고 전 이들이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대에서 술을 마신 정황을 포착해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타지역으로 데려다주며 도주 과정을 도운 B씨를 범죄 도피 혐의를 적용해 이날 입건했다.

A·B씨가 각각 운전한 마세라티·벤츠 모두 서로 다른 법인 명의 차량으로 확인됐지만, 마세라티 차량의 법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토대로 대포차 여부도 수사 중이다.

B씨 진술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했지만, A씨 주소지가 광주 북구에 있는 동행정복지센터로 허위 등록돼 있고, 직업도 밝혀지지 않아 광주청 형사기동대 30여명을 투입해 A씨를 추적 중이다.

해외 도주를 우려해 A씨에 대한 출국금지 명령을 신청했고, 장기화할 경우 공개수사에 대한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는 A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며 "검거 후 여죄 유무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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