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당 부상에 놀란 유럽 각국, 이주민에 속속 빗장

김경희 기자 2024. 9.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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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중부 지중해 횡단을 시도하는 난민과 이민자들

반이민 정당의 부상에 놀란 유럽 각국이 앞다퉈 난민 정책을 손보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점점 더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곳은 독일로, 독일은 오랜 기간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의 망명을 받아들이면서 복지 시스템과 지방정부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망명 신청자 수는 114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시리아 내전으로 이민자가 몰려왔던 2015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유럽연합망명청(EU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망명 신청 건만 51만 3천 건으로 이 가운데 24%가 독일로 몰려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난민 범죄가 잇따르자 이민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고,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부상하면서 극우 정당이 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한 지역 축제장에서 흉기 테러를 저질러 3명이 숨진 사건이 일어나자 포용적 난민 정책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나치 독일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제1당이 됐습니다.

독일대안당(AfD)은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2위로 선전했고,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역시 근소한 차로 2위를 하면서 세를 증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독일 정부는 국경지대 범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6개월간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입국자를 검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난민 신청 건을 심사하는 동안 신청자를 구금하고 난민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불법 이민 규제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최대 난민 수용국이었던 독일이 이처럼 국경을 걸어 잠그자 다른 국가들도 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은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난민에게 수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나섰고 벨기에는 난민 혜택을 줄였으며 네덜란드와 헝가리는 2026년 시행 예정인 새 이민·난민 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해상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알바니아에 건설한 이주민 센터로 보내 망명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로 머물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와 만나 이민 정책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올해 초 15개 EU 회원국 정부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국경 통제 등의 조치가 EU 회원국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허용하는 솅겐조약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극우 세력을 견제하고 이민자에 대한 법을 강화하라는 국내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조치지만 국경 검문을 철폐해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고 유럽의 통합을 상징해온 솅겐조약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숙련 이민자로 국가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민이 도움이 된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유럽의 인구학적 전망을 고려할 때 이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20∼2023년 이민자로 유로존의 노동력이 증가하면 EU의 잠재적인 생산량을 2030년까지 0.5%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베를린 훔볼트대학의 코프만스 교수는 기득권 정당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이민에 대한 수사만 강화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물론 극우에게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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