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다운 지수?’ 증권가 밸류업지수 혹평에 해명나선 거래소

김경민 기자 2024. 9.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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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밸류업 지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래소 제공

지난 24일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대해 국내외 안팎에서 ‘밸류다운 지수’라는 혹평이 잇따르자 26일 한국거래소가 해명에 나섰다. 주주환원은 고려요소 중 하나이며 밸류업 공시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밸류업 지수의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추락한 기업과 주주환원이 부족한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도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밸류업지수를 발표한 궁극적 목적은 많은 기업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시장에 공개하고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시장평가가 높아지고 자본시장이 레벨업하는 선순환 흐름”이라며 “현재 기업으로 밸류업 우수기업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밸류업 지수는 주주환원 규모보단 실시 여부로 평가해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이 대거 제외됐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과거 기준으로 적자 여부만 판단해 역성장이 예상되는 기업들과, 엔씨소프트 등 경영부진에 주가가 급락한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2년간 손익합산 적자를 내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밸류업지수에 포함돼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전날 홍콩계 증권사 CLSA가 ‘밸류 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지수) 구성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출시될 상장지수펀드(ETF)에 흘러갈 자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주주환원 규모만을 선정기준으로 할 경우 배당보단 미래 사업 투자 등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를 고려했다”며 “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고배당주 등 주가상승 여지가 큰 종목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밸류업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하에 (현재 기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지수의 연속성과 안정성 유지를 위해 지수 영향도가 큰 종목에 대해 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 등에 대해선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해 주관적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려워 정량지표로 지수를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정량지표만 충족할 경우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기업이나 배당이나 실적 성장이 부진한 기업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강화했다고 해명했지만, 주주환원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밸류업 취지엔 역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소는 향후 밸류업 지수 운영과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를 감안해 금년 내 구성종목 변경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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