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박효준, 선수 생활 위기… 여권 반납 불복 소송서 패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효준이 여권 반납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 원고 패소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3월15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 소속 내야수 박효준이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메이저리그(ML)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 내야수 박효준이 병역법 위반 등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박효준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여권 반납 요구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서 패한 박효준은 2심을 진행 중이다.

박효준은 지난해 5월에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교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린 박효준은 2014년 미국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년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박효준은 2021년 양키스에서 빅리그에서 데뷔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며 여러 팀으로 이적했다. 올시즌 오클랜드 산하 트리플A에서 활동한 박효준은 빅리그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지만 병역법을 피할 순 없다. 병역 미필인 박효준은 병역법 제70조 1항 '25세 이상인 병역준비역, 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했다. 박효준 측은 지난해 3월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허가 기간이 끝난 뒤에도 박효준이 귀국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됐다. 서울지방병무청은 박효준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외교부는 지난해 4월 박효준의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1심 재판에서 박효준 측은 외교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여권 반납 명령이 사전 통지를 생략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선수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규정을 위반한 것아 아니며 위반 상태를 시정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부 측이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박효준 측의 주장에 "여권 반납 명령은 반드시 사전통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고 결정서를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병역의무를 기피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된 원고의 여권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당시 박효준이 해외에 체류 중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처분이 사전 통지를 요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건 처분까지 이른 데에는 어느 정도 원고가 자초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계속하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바 위법한 상태를 용인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패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병역의무의 공정성과 형평성 등의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효준은 이어지는 행정소송에서 패할 경우 미국에서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최진원 기자 chjo063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