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분짜리 최고의 성장 애니메이션…영화 ‘룩백(Look Back)’[Movie]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룩백’은 초반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후지노의 등을 오래 비춘다. 창작을 하는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성장하고 우정을 키우는 이야기이자, 만화가 아니라도 무언가를 창작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가 중학교 시절 일러스트 투고 사이트에서 같은 나이임에도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경험을 녹여낸 영화로, 각색은 최소한으로 하고 원작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다. 원작에도 대사 없이 등과 배경으로만 채워진 컷이 다수 등장하는데 “배경(BACK)을 봐주면 좋겠다”는 원작자의 의도도 담겼다. 선이 약간 흔들리고 겹쳐 ‘손으로 그린 느낌’이 남긴 것도 의도한 바.
현재 일본에서 가장 핫한 라이징 MZ 스타 카와이 유미와 요시다 미즈키가 첫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자신감 충만한 만화가 소녀 ‘후지노’를 맡은 카와이 유미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한 신예. ‘쿄모토’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 영화 ‘카무이의 노래’ 등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요시다 미즈키가 맡았다. 둘 다 전문 성우가 아닌, 신예 배우들이라 오히려 후지노와 쿄모토 여할에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 등에 참여한 오시야마 키요타카가 극장판 감독, 각본과 캐릭터 디자인을 모두 맡았다. 흑백의 원작을 컬러로 되살린 뛰어난 작화와 함께 재즈 힙합의 거장 누자베스와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네오 클래시컬’ 장르의 대표 뮤지션, 나카무라 하루카의 뛰어난 사운드 트랙은 특유의 청춘 감성을 풍성하게 되살려 낸다.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쿄모토가 자신의 팬임을 알게 된 후지노가 빗속에서 희열에 차 달리며 춤을 추는 모습, 닫힌 문 틈 사이로 오가는 4컷 만화 종이를 통해 평행 세계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극의 백미다. 쿠키 영상은 없다. 러닝타임 57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8호(24.10.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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