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플랫폼 '자율규제' 표방에도…"정작 정부가 '자율규제' 안 믿어"
"한국에선 자율규제가 無규제와 비슷하게 인식"
사업자별 자율규제부터 단계적으로 규제 도입 필요
네이버 자율규제위 등 기존 자율규제부터 성과평가해야
"자율규제 안착까지 시간 걸리는데, 정부가 조급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에 대해 ‘자율 규제’원칙을 표방했음에도 정작 규제 당국, 정부가 자율 규제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단법인 플랫폼법정책학회가 주최한 ‘플랫폼의 특성과 플랫폼 규제의 새로운 동향’이라는 주제의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 사회에선 ‘자율 규제’에 대해 규제가 없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이렇게 된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1차원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자율 규제가 정착하는 데 있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가장 규제가 약한 ‘사업자 개별 모델’을 시작으로 각 단계별로 규제가 실패하면 규제를 점차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각 단계의 자율 규제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가 조급증을 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3의 독립적인 평가기구에 의해 자율 규제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 안착을 위한 한국형 거버넌스의 탐색’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에서 상당히 성공했다고 자평할 수 있는 자율 규제들이 있다”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네이버 자율규제위원회, 당근 ‘프라이버시 정책 및 이용자보호 위원회’, 우아한형제의 소비자 리뷰 국제 규약 등 기존 자율 규제에 대한 성과 평가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입법적 규제 필요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가 사회적 합의를 얻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정민 한림대 글로벌융합대학 교수는 “공정위가 OTT 등에 대해 구독 해지시 일할 계산해 환불하도록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하루 만에 원하는 콘텐츠 다 보고나서 나머지 금액 환불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공정위가 모르지 않을 텐데 소비자가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규제 목적과 방법이 사회적 합의를 얻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가 해야 하는 플랫폼 규제는 국제적인 통일 규범을 만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글로벌하게 통일적으로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도록 어떤 규범을 만드는 것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나가서 외국 규제당국과 함께 논의하고 국제사회에서 관련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국내 플랫폼과 해외 플랫폼을 공평하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 전반적 특성과 플랫폼 정책’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국내 플랫폼은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을 같은 선상에서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Fantasy)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빅테크 업체들한테 세금도 제대로 못 거두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구글의 작년 매출액 추정치는 12조 1350억원인데 실제 공시된 매출액은 3653억원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구글코리아가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원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구글코리아가 중소기업 수준의 세금만 내고 있다”며 “세금도 제대로 못 거두는 데 어떻게 규제를 국내 업체와 형평성 있게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빅테크들은 플랫폼들의 플랫폼인데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애플페이를 이용해 금융 거래를 하면 애플페이를 통해 불필요한 계좌 거래까지 다 넘어간다”며 “플랫폼의 플랫폼과 경쟁하는 국내 플랫폼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빅테크라는 말을 함부로 쓰고 있지만 네이버, 카카오는 빅테크가 아니다”며 “(전 세계 두 개 밖에 없는) 앱 스토어, (시장 지배력이 있는) 클라우드 정도는 갖고 있어야 빅테크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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