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방사선 피폭 사고 삼성전자에 과태료 부과…"檢 수사 의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당초 방사선 작업 관리·감독 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만 삼성전자 법인에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사고 원인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방침을 바꿨다.
원안위는 26일 제20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사고 조사 결과 및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은 사고 발생 후부터 이날까지 3개월여 간 현장 및 관련자 조사를 해왔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근로자 A(주 작업자)와 B(작업 지원자) 2명은 캐비닛형 방사선발생장치 'XRF 웨이퍼 애널라이저 3640'을 점검하다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들은 웨이퍼를 올리는 스테이지가 움직이지 않는 오작동이 발생하자 관련 업체에 문의를 했다. 해당 업체가 장비 내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을 요청하자 촬영을 위해 내부를 들여다보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장비 전원을 켜둔 상태에서 방사선 차폐체인 셔터베이스가 빠진 채로 작업을 했다. 방사선 노출 시간은 약 14분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된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도포된 화학 물질의 두께를 측정하기 위해 X선을 방출하는 장비다. 일본 업체 리가쿠가 제작하고 한국아이티에스가 판매한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엔 총 8대가 있다. 20여 년 전인 2001년부터 들여온 장비다.
이 장비는 셔터베이스가 빠져있을 땐 이중 안전장치인 인터락 스위치가 작동하면서 X선이 나오지 않게 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이 장비는 인터락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선 오류가 생겨 인터락이 고장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인터락 교체 등 사고 이전 통상의 정비과정에서 인터락 스위치와 셔터베이스 간 틈이 벌어지는 문제가 생겼고, 이 때문에 장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용이한 작업을 위해 누군가 규정과 어긋나는 인위적인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작업자는 당일 뒤늦게 방사선 누출 경고 표시등을 보고 작업을 중단했다. 다음날 부종 등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 작업자인 A는 손에 국소적 피폭 한도 0.5 Sv(시버트)의 188배인 94 Sv에 노출됐다. 중상인 3도 화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전신 피폭 추정량은 15 mSv(밀리시버트)로 연간 한도 50 mSv를 넘지 않았다.
부 작업자인 B는 손에 A만큼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오히려 전신 피폭 추정량이 A보다 심했다. 130 mSv로 연간 한도 50mSv 의 2.6배에 노출됐다. B는 A와 같은 외관상 증상은 아직까지 관찰되지 않고 있다. 둘다 사고 직후 받은 혈액 및 염색체 검사에선 이상이 없었다.
원안위는 삼성전자가 원자력안전법 59조와 91조, 방사선안전관리 등의 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 63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기흥사업장을 상대로 1000만원 안팎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방사선발생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사선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등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장치 표면에 부착된 '제작사 권고 안전 수칙'에 있는 '인터락 정상 가동 유무 확인' '방사선 설비 개조시 안전관리자에게 허락을 받은 후 시행'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종류의 장비 8개를 포함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있는 방사선 기기 총 694대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자는 단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안전관리자는 현장 작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면 작업을 주로 한다. 안전관리자 개인은 이번에 별도로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
원안위는 5월 사고 직후 삼성전자 측의 법적 보고 의무 이행 및 피폭자 대응 등 초기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재발 방치대책으로 해당 장치 유지보수 작업시 전문업체 직원 배석, 별도 교육 실시, 노후 설비 교체 등 시정조치 이행을 명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또 문제가 된 장비 'XRF 웨이퍼 애널라이저 3640'의 인터락 오류와 배선 변경이 왜 일어났는지 명확히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선 변경이 인위적으로 일어났다면 작업자의 직접적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양상이 달라진다. 원자력안전법상 형사처벌 조항 뿐 아니라 형법상 과실치사상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는 기흥사업장 내 최근 3년 내 이 장비를 작동한 37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으나 누가 조작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장비의 로그 기록도 판매업체와 제조업체를 통해 확인했으나 로그 기록만으로는 배선 변경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균태 원안위 위원(KINS 책임연구원)은 "정비를 할 땐 전원을 끄고 하는게 기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천홍 원안위 위원은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쓰는 양산 설비인데 누가 배선 조작을 했다는 걸 못 밝혀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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