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방사선피폭 사고, 관리 부실 확인…"수사 의뢰 검토"
지난 5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정비 작업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된 사고에 대해 사업자인 삼성전자 측의 관리 부실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10월 이후 행정처분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대로 진행될 경우 현행법상 사업자의 최대 과태료는 1050만원이다. 조사에서 규명되지 않은 장비 안전장치 배선 조작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도 검토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열린 제201회 원안위에서 '삼성전자(주) 기흥사업장 방사선피폭사건 조사결과 및 조치계획'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원안위는 삼성전자 측이 '방사선발생장치 취급 기술기준 미준수', '방사선장해방지조치 미준수' 2건에 대해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보고는 원안위가 5월 27일 사고 발생 이후 사업자 초기대응, 사고 경위와 원인, 관리감독 적절성 등을 조사한 결과와 7월 8일부터 9월 26일까지 진행된 삼성전자 방사선안전관리 특별점검 결과를 종합한 결과다.
● 안전장치 임의 조작돼 미작동…누가 언제 바꿨는지 몰라
먼저 방사선발생장치의 안전관련품목을 임의로 해제해 사용한 부분이 위반사항으로 지목됐다.
피폭이 발생한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방사선인 X선을 조사해 웨이퍼에 도포된 화학물질의 두께를 계측하는 장비다. 피폭은 장비에서 웨이퍼를 운반하는 장치인 스테이지의 고착 현상을 수리하기 위해 방사선차폐체를 열고 장비 내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원안위 조사 및 해당 작업자 면담 결과 해당 유형의 고장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안위 면담 결과에 따르면 피폭 작업자는 당시 정상적인 프로그램 조작 방식으로는 방사선 발생장치를 끄기 어려워 대신 장비에 있는 안전장치인 인터락(interlock)을 작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는 인터락이 작동하면 방사선 발생장치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당시 작업자가 작동한 해당 인터락의 배선이 비정상적으로 변경돼 있어 전원이 계속 켜져 있었고 작업자는 방사선 발생장치가 꺼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안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3년간 관련 작업자 면담과 장비 로그 데이터, 작업자들 사이에 전달사항을 적은 '인폼 노트' 등을 확인했지만 어느 시점에 누가 인터락 배선을 임의로 바꿨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추가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에 있는 동일장비 8대 중 3대가 같은 방식으로 임의 조작돼 있었다. 원안위는 이번 조사에서 규명하지 못한 장비 안전장치 배선 변경 과정과 관련해 검찰 수사 의뢰도 검토 중이다.
정비작업을 진행할 때 절차서가 미비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번 사례처럼 처음 발생한 고장의 경우 적절한 작업절차서가 없으면 가장 유사한 작업절차서를 기준으로 임시 절차서를 마련하거나 해당 장비의 제조사에 문의해 수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후 정비(BM, Breakdown maintanance)' 작업 절차나 해당 장비 제조사 측에서 제공하는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방사선 발생장치의 전원을 끄고 정비를 진행하도록 안내되어 있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장비 판매자로부터 제공받은 방사선기기 사용·운영·보수 및 관리방법, 취급금지사항 등에 관한 자료가 적절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방사선기기 정비를 진행할 때는 지정된 방사선안전관리자의 검토 및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원안위 확인 결과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방사선안전관리자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과정에서는 동일 장비 전체(8대)에 대해 변경된 LED 방식의 방사선 경고등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다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원안위는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방사선안전에 대한 사업자의 관리감독이 미흡했고 그 결과 인터락의 임의조작과 정비작업자 작업 검토·관리감독 부재 등이 이어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 손 피부에 피폭선량 기준치 188배 노출
종사자의 피폭방사선량이 선량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관련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후 원안위가 재현실험·선량평가 등을 수행한 결과 피폭 작업자 A씨는 손 피부에 기준치의 188배인 94시버트의 방사선량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작업자인 B씨는 손 피부에서 기준치의 56배, 전신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2배 이상 초과했다.
피폭 작업자 2명은 지난 5~6월 진행된 혈액 및 염색체이상 검사 결과에서 정상으로 확인됐지만 A씨는 피폭으로 인한 화상 증상 등이 있어 지속적인 치료 및 추적관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가 추가로 사건 당일 장비 주변에 머물렀던 일반작업자 12명에 대한 추가 선량평가를 진행한 결과 연간선량한도인 미만으로 노출된 것으로 평가됐다.
● 피폭 다음 날 피폭의심 보고, 다음날 진단…"초기 대응은 규정 위반 없어"
원안위는 피폭 사고에 대해 사업자의 보고와 초기대응에서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비작업자는 사고 당일 작업 완료 후 방사선 방출 경고등이 아닌 장비 전면 표시등을 통해 방사선 발생장치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날인 5월 28일 작업자는 손에서 이상 증상을 의식해 방사선 피폭의심 사실을 사업자에 보고했으며 사업자는 사건을 인지해(15시경) 이 사실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당일 구두로 보고(17시 47분)했다.
작업자는 19시 44분에 원자력의학원 진료를 통해 방사선 피폭 증상을 확인하고 다음날인 5월 29일 초기 서면보고서를 제출(15시)했다. 원안위는 피폭자가 피폭의심을 보고한 당일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초기 조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원안위 "방사선안전관리자의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 부여해야"
사업자인 삼성전자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자체 시정조치 계획으로 해당 장비의 배선 연결 방식을 기존 핀타입 대신 나사 체결 방식으로 바꾸는 등 오체결 방지 조치를 수행하기로 했다. 또 유지보수 작업 시 운영절차에 전원 제거 내용 보완, 최신 설비 교체 추진 등도 언급됐다.
원안위는 방사선기기에 대해 방사선안전관리자의 실질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사업자에게 방사선안전관리자가 방사선기기 사용‧운영‧보수 등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절차 보완 등 운영 개선을 요구했다.
원안위는 사업자에게 후속조치 현황을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피폭 작업자 2명에 대해서도 원자력의학원과 치료현황과 추적관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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