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쩐의전쟁 격화…'돌아올 수 없는 강' 고려아연·영풍

신채연 기자 2024. 9.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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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힌 뒤, 연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양측은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갈등은 고소전으로까지 치닫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MBK가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동업을 이어왔던 고려아연과 영풍, 연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면서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관련해서 산업부 신채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영풍이 MBK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커졌는데 먼저 사건의 발단 설명해 주시죠. 

[기자] 

지난 13일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7%에서 14.6%를 10월 4일까지 주당 66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를 갖고 있습니다.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은 33.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양측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MBK와 영풍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최소 7%를 추가하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를 이번 공개매수의 명분으로 내세웠죠? 

[기자] 

MBK와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했고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MBK는 그 사례로 완전자본잠식 기업인 이그니오홀딩스에 매출 200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것과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점 등을 꼽았습니다. 

[김광일 / MBK파트너스 부회장 (지난 19일) : 이사회를 무시하고 이사회를 우회하고 최윤범 회장 한 명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저렇게 의혹이 많은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또 MBK는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의 38개 투자사 중 30곳이 손실을 봤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주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결국 MBK가 공개매수가를 조정했는데, 얼마나 올렸습니까? 

[기자] 

MBK가 26일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주가가 당초 공개매수가였던 66만 원을 계속 웃돌자 승부수를 던진 건데요. 

고려아연 주가는 9월 초까지 50만 원대를 유지하다, MBK가 지난 13일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이후 70만 원대까지 폭등했습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으면 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지게 됩니다. 

MBK가 가격 상향 결정을 내린 것은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MBK는 영풍으로부터 3천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추가 자금도 확보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가 인상은 건실한 고려아연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기자]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를 "약탈적, 적대적 M&A"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인 이제중 부회장 등 임직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제중 / 고려아연 부회장 (지난 24일) :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7명 전원도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는 적대적 M&A라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에 맞서 백기사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최윤범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일본, 홍콩 등을 방문해 여러 기업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일본에선 글로벌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본력을 갖춘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 업체인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5천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습니다. 

또 최 회장은 최근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을 만났는데요. 

현재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6%를 갖고 있습니다. 

한화를 비롯해 현대차, LG화학 등이 최 씨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됩니다. 

[앵커] 

최근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 카드도 꺼내 들었죠.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매각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요? 

[기자] 

고려아연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냈습니다. 

고려아연이 신청한 기술은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입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외국 기업에 인수되려면 우리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고 이후 해외 매각까지 시도할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데요.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해외 매각을 어렵게 만들어 MBK의 출구 전략 구상에 타격을 가하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앵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데, 이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커지고 있죠? 

[기자] 

영풍은 지난 25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에 관한 투자 결정 등으로 고려아연이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최윤범 회장 측인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MBK파트너스, 그리고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양측이 고소에 맞고소를 이어가며 법적 공방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이번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요? 

[기자] 

MBK는 공개매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 5천억 원을 빌리기로 했는데요. 

만기 9개월에 연 이자율은 5.7%로 이자 규모만 640억 원에 달합니다. 

MBK가 공개매수가 상향에도 나서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비용은 더 늘게 됐습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상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실탄 마련은 필수입니다. 

높은 금리와 수익률을 제시해 자금을 지원해 주는 우군을 확보하려고 할 텐데요. 

따라서 이번 싸움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승자의 저주는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신채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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