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합의 하나…이스라엘 내부 격론 중

김원철 기자 2024. 9. 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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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양자 회담을 위해 만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면전 발발 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미국·프랑스 등이 막후에서 진행한 휴전협상이 난관에 부딪히자 본협상을 위한 시간벌기용 임시 휴전이 추진되고 있다. ‘21일 임시 휴전’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우디 아샤르크 알아우사트 신문은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입장이 강경해 제안된 해결책이 무산됐다. 현재 임시 휴전 성사에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안된 해결책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시행되고 있는 유엔 결의안 1701호를 업데이트 하는 내용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는 2006년 유엔 안보리가 제2차 레바논 전쟁의 휴전을 성사시키면서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그 자리에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을 배치하고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UNIFIL)만이 리타니 강 이남 지역에 주둔을 허용한다. 하지만 결의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해결책은 헤즈볼라가 가자 지구 휴전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산됐다.

임시 휴전 합의 가능성은 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휴전 협상과 관련해 두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며 이란과 헤즈볼라의 태도 변화를 분석했다. 방송은 “헤즈볼라의 지지세력인 이란이 핵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얻는 데 더 관심이 있다”라며 “헤즈볼라의 애도 공고도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 전사했다’에서 ‘레바논과 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순교했다’로 바뀌었다. 이는 휴전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헤즈볼라의 초점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대의보다는 레바논 자국 방어로 이동했다는 취지다.

실제 조만간 임시 휴전 합의가 이뤄질 거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이날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이 협정에 이미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고위 관계자가 ‘이 합의는 중대한 돌파구다. 이 시간(21일)을 활용해 이스라엘 시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영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48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이 이루어졌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노력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이날 “미국 고위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21일간의 휴전이 시행될 것이며, 이는 더 포괄적인 휴전 협상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지난 48시간 동안 신속하게 진행된 (휴전)논의를 지지했다. 몇 시간 내에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21일간 휴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사이에서 진행된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공식적으로 관여하진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국가가 아닌 헤즈볼라에 공식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레바논이 휴전에 동의할 경우, 레바논 정부가 휴전 기간 동안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보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레바논이 동의한다는 것은 헤즈볼라가 이미 개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휴전에 합의한다면 그 기간 동안 본협상에서 가자지구 휴전협상까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인했다. 이날 총리실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휴전에 관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총리가 아직 응답하지 않은 미국-프랑스의 제안이다”라며 “북부 지역에서 전투를 완화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 총리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에게 계획에 따라 전력을 다해 전투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따르면 극우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북부 전선은 헤즈볼라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들의 공격 능력을 제거하는 시나리오로 끝나야 한다. 적에게 21일 동안 회복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라며 반대했다. 오리트 스트룩 정착촌 및 국가 임무 장관도 “휴전에는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며 “21일은커녕 21시간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도 “헤즈볼라로부터 중요한 대가 없이 이루어진 휴전은 이스라엘이 최근 며칠 동안 달성한 중요한 안보 성과를 위태롭게 할 심각한 실수”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는 휴전 제안을 수락하되, 기간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기간을 7일로 제한해야 한다. 헤즈볼라가 지휘 통제 시스템을 복구할 시간을 주면 안된다”라며 “헤즈볼라를 북부 국경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와 중동 국가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군사적 충돌은 이스라엘인들과 레바논인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을 위한 21일간의 임시 휴전을 제안하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를 비롯한 모든 당사자들은 즉각 임시 휴전에 합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성명에는 위의 3개국 외에 독일·이탈리아·유럽연합(EU)·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일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가 참여했다. 이번 성명은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회담한 뒤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옥이 열렸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김원철,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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