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거래량 80배 급증했지만… 대부분 무료 수수료
무료 수수료 적용되는 USDC 거래 집중
점유율 올라도 실적 개선 어려울 듯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최근 거래량 점유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래가 무료 수수료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에 집중돼 있어 실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26일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0분 기준 고팍스의 하루 거래량은 전날보다 156.5% 급증한 9537만달러(약 1267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고팍스의 거래량은 108만달러(약 15억원)였다. 이후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나흘 만에 80배 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점유율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고팍스는 코빗과 함께 국내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작은 원화마켓 거래소로 꼽힌다. 두 곳 모두 평소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고팍스의 점유율은 4.3%를 기록했다. 1, 2위를 차지하는 업비트와 빗썸이 각각 71.6%, 22.4%의 점유율을 보였고, 3위 거래소로 꼽히는 코인원은 1.4%에 그쳤다. 코빗은 0.4%에 불과했다.
고팍스의 점유율이 갑작스럽게 급등한 것은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발행되는 가상자산) 중 하나인 USDC를 거래하려는 수요가 최근 며칠간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고팍스의 가상자산별 거래량을 보면 USDC가 9317만달러(약 1238억원)로 전체의 97.7%를 차지했다.
문제는 고팍스에서 USDC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도 회사가 챙기는 수수료 수익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고팍스는 현재 일부 가상자산에 대해 무료 수수료 서비스를 적용하는데, USDC도 이에 포함돼 있다. 지난 19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후 주요 가상자산의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USDC를 거래하려는 투자자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고팍스로 몰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평소 거래량이 적은 소형 거래소들은 무료 수수료 등의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점유율이 이상 급등한 적이 종종 있었다”면서 “지난 6월에도 고팍스에서 USDC 거래가 늘어 점유율이 3% 넘게 올랐었다”고 말했다.
무료 수수료 정책은 거래소들이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주 가동하는 전략이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4개월간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해 10% 안팎에 머물던 점유율을 30%선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때 맞춰 올해 초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빗썸은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3% 급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팍스의 경우 USDC의 거래량 증가로 점유율이 ‘반짝’ 상승해도 1분기 빗썸과 같은 실적 개선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빗썸의 경우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거래할 수 없는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다. 올 초 시장이 반등하자 알트코인 거래 수요도 급증했고, 무료 수수료 이벤트가 끝나도 투자자들이 계속 빗썸에 남아 거래를 했다. 반면 고팍스의 경우 가입자 수가 빗썸에 비해 훨씬 적은 데다, 주요 상장 코인들도 대부분 빗썸과 겹쳐 점유율이 단기간 반등해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고팍스의 최대 주주인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국내 IT 기업인 메가존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가존은 현재 고팍스에 대한 재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팍스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실적 부진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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